귀엽고 재기발랄한 구호가 가득한 16일 서울 종로구 청운중학교(교장 최학민·崔學民). 이 학교 개교이래 처음으로 전교생 1천1백명이 모두 참가해 학생회장을 직접선거로 뽑는 날이었다.
입후보자들은 등교길에 자신의 사진을 확대해 붙인 피켓을 들고 인기가수의 노래 속에 ‘유권자’들을 상대로 자신을 알리기에 분주했다.
출마자는 모두 3명. 학교측에서는 부회장 2명을 회장과 함께 출마토록 하는 러닝메이트제도를 권했다.
세팀은 각각 다양한 구호와 공약으로 친구들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했다. 9일 선거공고를 하고 11일까지 등록, 14일까지 선거운동을 했다. 등교시간과 쉬는 시간을 이용해 각 교실을 돌며 유세를 하며 다양한 공약을 했다.
“우유팩을 버리는 통을 층마다 설치하겠습니다” “체력단련실을 자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등의 공약에 이어 “학교 축제 때 이웃 여자중학교의 학생들을 초대하겠습니다”는 공약이 나오자 ‘와아’하는 환호가 터졌다.
개표결과 3학년 정재훈군이 회장, 러닝메이트인 3학년 박경호군과 2학년 지선범군이 부회장에 당선됐다. 대학교수와 영화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밝힌 소년들.
같이 출마했던 다른 후보는 모두 1학년때 같은 반이었던 급우라 절친한 사이. 이들은 피차 최선을 다했고 선거 결과에 깨끗이 승복했다. 선거운동기간에 학교는 축제분위기였고 학생들의 신나는 모습에 감명받은 학부모들의 격려전화가 이어졌다.
최근 이처럼 직접선거를 도입하는 중등학교가 늘고 있는 추세. 선거를 치른 학생들은 자신들의 경험과 본받아야 할 어른들의 모습 사이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신문 방송에서 매일 여당과 야당이 싸운다는 소식만 들리네요. 선거 때나 선거 후나….”
〈이원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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