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수석 문답］『북풍 「처리」는 여론 봐가며』

문희상(文喜相)청와대정무수석은 18일 북풍(北風)의혹사건과 관련, “진상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처리도 중요하다”며 “대북관계와 안기부 위상 등 국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풍문건이 부분적이나마 사실로 드러난다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국민과 상의해서’ 처리하겠다고 말한 것은 사실여부를 명백히 밝힌 뒤 여론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의미다. 김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정치적으로 악용되거나 보복으로 비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중대한 범법사실이 드러나도 사법처리를 유보한다는 뜻인가.

“안기부 조사결과 중대한 범법사실이 드러나면 검찰에 고발, 사법처리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 그러나 사실여부가 밝혀지지 않았는데 예단할 사안이 아니다. 북풍조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안기부가 검찰에 고발하지 않을 가능성은….

“정치적 악용여부가 문제이지 대북접촉 자체가 잘못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국익 차원에서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김대통령의 기본입장은 진실은 밝히되 사법처리는 자제한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문건내용 중 터무니없는 내용이 많다고 했는데….

“문건이 각종 동향보고를 집대성한 수준이다. 북한의 농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대선 때도 이런 정보가 당(국민회의)에 많이 들어왔다. 안기부가 북에 이용당했을 가능성도 있다. 안기부 내부에서 문건이 조작됐을 가능성도 있다. 흥분하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문건내용이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에게도 보고가 됐을 것으로 보는가.

“문건내용이 사실이라면 극히 중대한 사안이므로 상식적으로 볼 때 김전대통령에게도 보고됐을 것으로 추정되나 아직 사실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권영해(權寧海)전안기부장으로부터 북풍사건 처리와 관련한 전화를 받은 적 있나.

“전혀 없다. 내가 아는 한 청와대의 다른 어느 경로로도 권전부장이 연락한 적이 없다. 상식적으로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느냐.”

―문건 작성자가 밝혀졌는가.

“전달자는 확실한데 작성자는 밝혀지지 않았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