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보수공사비와 문화적 손상 등을 고려할 때 잠실경기장의 보수활용은 현실성이 없다. 개막식과 준결승전을 치르려면 본부석과 언론매체를 위한 좌석의 지붕이 100% 있어야 하는데 현재 약 50%에 불과하고 국제수준으로 개보수하려면 구조적으로도 어려운 공사다. 노후한 전기 기계 설비의 교체 등에 드는 비용까지 합하면 보수공사비가 9백억원을 넘을 것이다. 상암동 주경기장 신축에 필요한 예상비용이 2천억원 정도임을 생각하면 신축하는 것이 낫다는 사실은 자명해진다. 또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몬트리올올림픽 주경기장 등은 해당 국가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으로 보존되고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둘째, 공동개최국인 일본은 이미 96년말 개최도시 10곳을 선정해 경기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도 최소한 개회식과 준결승전이 열리는 월드컵 주경기장만이라도 온전하게 건립해 국민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국민통합의 전기를 마련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셋째, IMF 상황을 많이 거론하지만 실제 비용 투입시기를 살펴보면 피상적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향후 1,2년 내에는 설계비 토목공사비 등 투자액이 소규모이고 본격적 투자는 경제가 회복되는 시기에 이뤄질 것이므로 눈앞의 긴축에만 매달리는 것은 단견이다.
넷째, 1백만명이 넘는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실물경제를 활성화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새 정부는 국민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건설경기를 적극 부양해야 한다. 경기장 건설은 외자의존도가 극히 낮은 반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시멘트 철강 등 관련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
지금 온 국민이 IMF로 주눅이 들어 있는 형편이지만 지도자들은 2000년대의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다시 단시안적 논리로 졸속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겠다.
현창택<서울시립대교수·건축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