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해씨 내주 사법처리…『북풍문건 작성-유출 개입』

  • 입력 1998년 3월 19일 20시 09분


사정당국은 지난해 대선때의 북풍조작과 최근 북풍공작문건의 작성 유출과정에 권영해(權寧海)전안기부장과 이병기(李丙琪)전2차장이 직접 개입했다는 혐의를 잡고 빠르면 내주초 권전부장을 검찰로 소환, 조사한 뒤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미 이전차장에 대한 조사에서 이들이 이대성 안기부전해외조사실장과 함께 이 문건을 작성했다는 진술을 받아냈으며 대선때의 윤홍준씨 기자회견도 권전부장의 지시아래 이루어졌음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은 권전부장을 조사해 관련사실을 권전부장에게서 직접 확인하는대로 안기부법위반혐의로 사법처리한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기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19일 “권전부장이 이전실장으로부터 단순히 문건을 보고받은 것이 아니라 작성단계에서부터 지시하고 함께 모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사건의 전모가 이런 방향으로 드러나게 된다면 권전부장을 구속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안기부는 이들이 정권교체과정에서 윤홍준씨 기자회견사건으로 간부들이 구속되는 등 신변이 불안해지자 자구책으로 국민회의와 북한과의 접촉설 등이 담긴 문건을 조작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기부는 또 권전부장이 암호명 ‘흑금성’의 장본인으로 밝혀진 박채서(朴采緖)씨를 통해 북풍공작을 직접 지휘했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혐의를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안기부는 권전부장이 윤홍준씨 기자회견 뿐만아니라 다른 북풍공작에도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계속 수사중이다. 안기부는 박씨도 곧 소환, 문건에 담겨 있는 북풍공작활동을 벌였는지 수사할 예정이다.

안기부는 이와 함께 한나라당 정재문(鄭在文)의원의 대북(對北)자금제공의혹에 대해서도 이를 제보한 재미교포 김양일씨를 조사한다는 방침이나 김씨의 미국 내 소재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李종찬안기부장이 18일 국회정보위에서 여야의원들에게 돌린 문건에 여야 정치인 7,8명의 이름이 기재돼 있는 것으로 확인돼 이들에 대한 조사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여권은 그러나 정치권에 대한 수사확대는 그 파장 등을 고려, 신중하게 처리한다는 입장을 정하고 사실확인을 위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치인에 대한 수사는 자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문건에 이름이 기재돼 있는 전현직 정치인 중 공작원과의 접촉 등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는 정치인에 대해서만 제삼의 장소에서 참고인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안기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문건상으로도 정치인들과 관련된 내용은 신빙성이 없거나 별 의미가 없는 것들이 거의 대부분”이라며 “이런 내용만으로 정치인들을 마구 소환조사하는 것은 마녀사냥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박지원(朴智元)공보수석은 이날 “북풍문건중 문제가 있는 부분은 조속히 진상을 규명, 매듭지어야 한다”면서 “특히 진실은 밝혀야 하지만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표적수사는 하지 않는다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밝혔다.

〈최영묵·윤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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