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는 대선 당시 북한접촉설과 연방제수용설에 대해 ‘무관함’을 주장하는 차원에서 나아가 19일에는 “수사가 진행되면 모든 음모가 조만간 드러날 것”이라며 전날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안기부 비밀문건에 등장하는 특수공작원 ‘흑금성’의 야당침투 공작내용에 대해서는 단순한 제보자로 만났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국민회의 J의원은 “지난해 11월경 제보자로 만났던 흑금성은 신분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대신 단지 베이징(北京) 등지에서 일하는 사람 정도로만 소개했다”고 전했다.
J의원은 “흑금성을 만나고 나서 김대중(金大中)후보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북풍이 일 것이라는 감을 잡았으며 그 감은 얼마 뒤 곧바로 현실화됐다”고 설명했다.
여권은 이번 ‘북풍공작’ 파문을 지나치게 부각시킬 경우 정치보복이나 야당탄압으로 정치쟁점화할 것을 우려해 조심스럽게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파문으로 50년 동안 집권한 구여권의 부도덕성이 입증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자체평가하고 있다.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국민회의와 관련된 의혹은 이미 지난해 12월 안기부 조사에서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며 “집권당으로 검찰과 안기부의 수사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종식기자〉
▼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여권에서 북풍사건을 확대시키지 않으려는 기미를 보이자 오히려 대여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조순(趙淳)총재는 19일 북풍 및 여론조작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김중위·金重緯)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주고 국정조사권 조기 발동 여부를 검토토록 지시했다.
진상조사위는 이날 첫모임을 갖고 일부 내용이 알려진 ‘북풍공작 비밀문건’에 대한 공개검증을 여권에 요구하기로 했다. 김위원장은 “북풍공작에 대한 자체조사를 실시하되 문건입수가 안되는 등 한계에 부닥칠 경우 국정조사권 발동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김대중대통령이 후보시절 북풍차단 조건으로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 수용과 원조제공을 약속했다는 설에 대해서도 명확히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연방제 통일방안 수용 약속’설로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인도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이 겉으로는 이처럼 대여공세를 취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북풍사건을 확대하는 것이 당이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여권에서 북풍사건 수사에 한나라당 인사들을 끌어들이지 않은 채 조기진화에 나설 경우 한나라당도 응할 것으로 보인다.
▼ 국민신당
국민신당은 여당과 한나라당이 사건의 본질을 외면한 채 오리발식 정치공세와 정략적 타협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여야를 싸잡아 비난했다.
국민신당은 19일 당직자회의에서 “북풍공작사건은 특정후보측이 안기부를 동원해 북쪽에 돈까지 줘가면서 북풍을 조작함으로써 국내 정적을 치고 스스로 대통령이 되려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즉 본질적인 문제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측에 있다는 것이다.
김충근(金忠根)대변인은 성명에서 “이 사건의 처리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적과도 동침하고 거래한 체제반역적 범죄행위를 낱낱이 밝혀 단죄하는데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신당은 또 여권이 북풍사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특히 비밀문건에 김대중후보측에서 ‘연방제 수용, 대북 원조제공’ 약속을 했다는 내용이 나오자 여권이 오히려 발목이 잡혀 안절부절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인제(李仁濟)고문은 자신의 손윗동서 조철호(趙哲鎬·동양일보 사장)가 북한의 안병수(安炳洙)와 베이징에서 만나 대북 거래를 시도했다는 설은 전혀 사실무근으로 사건의 본질을 흐리기 위해 자신을 끼워넣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차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