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여당은 ‘여론의 관심을 모으기 위한 치졸한 자해극’이라고 일축하는 반면 야당은 ‘일방적 자백을 강요하는 등 강압 때문에 순간적으로 자살충동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책임이 무거워진 검찰은 권씨의 행동을 ‘정치적인 쇼’로 단정한다.
검찰은 우선 권씨가 미리 자살을 결행하려 했다면 청사로 소환되기전 집이나 제삼의 장소를 택해 ‘결행’할 수 있었으리라는 주장이다.
권씨가 “억울하다”고 주변에 말해왔다고 하는데 그처럼 무죄를 입증하고 싶었다면 장문의 유서를 남기고 결단을 내리거나 아니면 끝까지 법정투쟁을 해야지 검찰 조사실에서 그런 소동을 벌일 이유가 없다는 것.
검찰은 또 손목 동맥이나 목 등 ‘치명적인 부위’를 택하지 않고 하복부를 ‘문구용 칼’로 그은 것도 ‘자해’를 뒷받침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북풍공작의 총책임자로 낙인찍힌데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동정적 여론을 유도해 특히 수구세력이 자신을 위해 어떤 행동을 해주기를 바랐다는 것이다.
반면 권씨 가족이나 변호인측은 ‘자살미수’라고 반박하고 있다. 권씨가 검찰출두전 “국가안보를 위해 충심으로 한 일이 이렇게 되다니 초라함을 느낀다. 패장의 길이 이것밖에 더 있겠느냐”고 말한 점으로 보아 권씨가 출두전부터 자살할 의도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오제도(吳制道)변호사는 “권씨가 마지막까지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애쓰다 실패하자 조사가 끝난뒤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의료진의 시각은 어떨까.
수술을 집도한 강남성모병원 김인철(金仁哲)의과연구원장은 자해 자살 어느쪽에 대해서도 분명한 선택을 피하면서 “가장 큰 상처는 깊이가 5㎝에 달했다.
이로 인해 복막근과 복벽혈관이 끊어져 출혈이 심해 2천5백cc를 수혈했다. 이 정도면 굉장히 많은 양이며 이성을 잃지 않고는 이 정도의 가해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살 의도가 엿보인다는 뉘앙스다.
서울대의대 정신과 조두영(趙斗英)교수는 “권부장이 세번이나 가해를 한 점, 상처의 크기 등으로 미뤄 적어도 그 순간 만큼은 자살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복부에 5㎝ 깊이의 상처를 낸다는 것은 ‘죽기를 각오하지 않고는 힘들다’는 얘기도 한다. 22일 아침 권씨의 상황을 살펴본 김연구원장은 “아침 진찰때 권씨에게 ‘아프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끝까지 각오한 사람이 이정도 고통이 대수롭겠느냐’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나 진상은 ‘권씨와 신’만이 알 것이다.
〈이원홍·이헌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