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5공 출범 이후 중앙정보부에서 명칭을 바꾼 안기부라는 간판에서부터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부훈(部訓)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바뀔 운명에 놓였다.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인사. 이종찬 안기부장은 23일 오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인사개편안을 보고한 뒤 곧바로 부서장급(1급)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결과 1급 38명 중 20여명이 개편된 직제의 새 보직을 받지 못해 부를 떠나게 됐다. 이번 인사는 북풍공작수사와 권영해(權寧海)전부장의 자해 등 증폭되고 있는 내부동요를 조기수습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이번에 떠나게 된 부서장들은 지난 대선에서 김대통령의 낙선을 위해 뛰었거나 김현철(金賢哲)씨 인맥 등 구여권 특정세력과 유착했던 간부들이 대부분이었다. 대신 그동안 한직을 전전했던 호남출신 등 소외세력들이 중추세력으로 부상했다. 조직이 축소되면서 1급이 맡던 지부장의 경우 2급이 기용될 가능성도 커졌다.
안기부의 주요직제도 해외정보를 담당했던 2차장이 1차장으로, 국내정치정보를 담당했던 1차장은 2차장으로 자리바꿈했다. 또 국내정치정보의 수집과 분석을 맡았던 1차장 산하 101, 102실이 통합되는 등 국내정치나 공작담당부서가 큰 폭으로 축소됐다.
안기부는 또 부장 직속으로 1,2차장 기조실장 등 핵심간부들이 참여하는 종합기획부서를 신설해 부의 발전계획 수립과 방향정립의 조타수 역할을 맡겼다.
부서장급에 대한 인사에 이어 내주에는 2급이하 중견간부들에 대한 후속인사에 들어간다. 부서가 대폭 정리된 만큼 1백30여명에 이르는 2급간부들의 정리도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따라 수천명에 이르는 3, 4, 5급 등 중하위간부의 인사는 더욱 요동을 칠 전망이다. 안기부 수뇌부는 이번 기회에 중간 간부들도 상당수 정리하고 하위직을 늘려 정상적인 피라미드 모형의 인사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인사로 부내에 팽배해있던 이질감과 불만요소들이 해소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윤영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