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한국전기공사협회 임직원인 범인들은 동원증권에 예탁한 협회 공금 35억원을 정식으로 인출했다. 범인들은 이 돈을 △1억원짜리 수표로 쪼개고 △은행을 거쳐 △서울시내 30여개 증권사에 분산예탁하는 등 치밀하게 돈세탁까지 했다.
범인들은 증권사에 전화를 걸어 돈을 찾아달라고 요청했고 증권사들은 아무 의심없이 거래은행에 갔다. 첫번째로 찾은 곳이 조흥은행.
인출요구를 받은 창구 여직원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L대리(여)에게 보고했다. 증권사 계좌는 매일 입출금이 청산돼 잔액이 0원이어야 하는데 1억원의 거금이 들어있었던 것. L대리도 전날 저녁에 입금한 거액의 예탁금을 다음날 아침 고스란히 찾는다는 것이 미심쩍어 확인작업에 들어갔다. 아무 문제가 없다는 대답이 이어졌지만 끝까지 추적했다. L대리의 확인요청을 받은 동원증권이 예금주 전기공사협회측에 돈을 찾으려 하는지를 문의하는 과정에서 범인들의 꼬리를 잡아 공금 불법인출을 막을 수 있었다.
L대리는 “요즘 금융사고가 많아 거액의 돈이 오갈때는 문제의 소지가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겸손해했다. 동원증권측은 30일 두 여직원에게 감사패를 줬다.
〈이용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