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윤미용/예술교육 고비용 거품걷어야

  • 입력 1998년 4월 7일 08시 04분


진정한 예술은 삶의 원천이자 활력소이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예술과 예술교육에 쏟는 관심은 남다르다. 우리 예술교육도 특유의 교육열에 힘입어 양적으로는 어느 정도 성장했으나 문제점 또한 만만치 않다. 그중에서도 안타까운 것은 예술교육에 있어서의 과다한 사교육비 문제다. ‘빨리 망하려면 를 하고 서서히 망하려면 자녀에게 예술교육을 시켜라’하는 말이 있을 정도다.

자녀를 음악가로 키우고자 하는 부모는 어려서부터 ‘연습선생’이라는 과외교사외에 지명도 있는 ‘지도선생’을 두게 되고 그에 따른 사교육비 지출 또한 엄청나다. 예술계 중고교에 진학해서도 학교 실기수업과는 별도로 대학입시를 위한 고액 과외를 받는 악습이 계속된다.

왜 이렇게 해야 할까. 예술계 중고교에도 문제가 있지만 대학에도 문제가 있다. 무용의 경우 입시과목에 ‘작품’이 있는데 2,3분 길이의 한 작품 안무비용이 5백만원은 기본이고 지도비는 별도다. 게다가 전공외에 부전공 ‘작품’도 요구하는 대학이 있다. 대학마다 수험생의 무용의상을 각각 다르게 정해 한 학생이 네 대학을 지원할 경우 의상 준비에만 엄청난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차제에 고비용 예술교육을 구조개선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예술은 결코 참다운 삶의 활력소가 되지 못할 것이다.

대학 당국은 예술 인재를 발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험 과목만을 치르거나 방법을 개선해 과다한 비용 지출 요인을 줄여야 한다. 어떤 대학의 경우 고액의 안무 지도를 필요로 하는 수험생의 ‘작품’ 대신 그 대학에서 ‘작품’을 비디오에 담아 수험생들에게 배포한 뒤 그 작품으로 시험을 치름으로써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인 좋은 예가 있다.

다음으로 교육당국은 사교육비 절감에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도록 대입제도를 정비, 감독해야 하며 예술계 중고교가 경쟁력을 갖추고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유능한 전담 예능교사를 충분히 배치해 예능 조기교육 및 인재 발굴, 그리고 진로 지도까지 바르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정책적인 배려가 있어야 하겠다.

윤미용<국립국악중고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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