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서울대 특차모집 반대]정용술/교육 뒷걸음질

  • 입력 1998년 4월 8일 19시 47분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은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려는 대학측과 졸업생들이 소위 명문대학에 많이 들어가기를 바라는 고등학교측이 상호 결탁해 어떤 학생이 우수한지는 차치하고 총점에 의한 한줄 세우기 교육이 만연해 있다. 이로 인한 획일화된 학습지도와 사교육비의 가중 등 오늘의 입시 병폐는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공감하는 바다.

고등학교의 교직원들도 이젠 이런 비정상적인 교육현실에서 탈피해 정상적인 교육자가 되기를 갈망하고 있다.

오늘과 같은 입시제도와 교육현실에서는 다가오는 세기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바람은 고등학교에서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지고 대학은 필요한 학생을 자연스럽게 선발해 잘 가르치는 대학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서울대의 특차모집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분명해진다.

서울대 특차모집은 어차피 서울대에 들어가려는 학생에게는 한번 더 전형의 기회를 줌으로써 진학지도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불안감을 완화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단과대 단위에서 학생을 선발하게 돼 입시의 분산 관리와 단과대별 특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논술시험이 배제되고 학생부 반영비율이 하향 조정되는 등 수능비중이 한층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고등학교 입장에서는 걱정되는 점 또한 적지 않다. 서울대의 특수성으로 보아 이 제도의 시행에는 더 많은 여론 수렴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 기회에 모든 대학에 제안하고 싶은 것은 대학에서는 우수한 학생을 뽑는 데만 정력을 쏟지 말고 어떻게 받아들인 학생이건 좀더 훌륭하게 키우는 데 매진함으로써 고등학교의 진학지도가 교육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대학입시의 다양화와 자율화가 중요한 것처럼 고등학교에서도 다양화와 자율화는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한줄 세우기를 강요하는 입시제도는 마땅히 지양돼야 할 것이다. 수능을 자격요건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비롯하여 모집 단위를 학과 또는 계열단위로 특성화할 수 있도록 면접과 논술고사를 강화하고 학생부 반영비율과 방법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향으로 특차모집도 검토되었으면 한다.

정용술<광남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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