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에 지원해 놓고 발표를 기다리던 한달여동안 막노동판에 나가서 그 힘든 일을 하다가 잘못해 손가락을 다쳤을 때 네가 했던 말이 생각나는구나.
“엄마 정말 눈앞이 캄캄했어요.”
“왜? 손가락이 잘못될까 봐? 의사 선생님이 괜찮을 거라고 했다면서.”
“그게 아니고 군대 못가게 될까봐서요.”
이제 네가 그토록 원하던 해병대에 입대해서 훈련받느라 여념이 없겠지. 어렵고 힘들더라도 견뎌낼 줄 안다. 너를 훈련소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아빠께 굳이 혼자 가겠다고 우겼던 네가 얼마나 듬직했던지. 터미널 바닥에 넙죽 엎드려 큰절을 올리고 뒤한번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나가는 네 모습이 너무도 의연해 보였다. 나도 모르게 “역시 너는 내 아들이다”하는 생각에 자랑스러우면서도 순간 울컥 치밀어 오르는 뜨거움을 삼키지 못해 사람들이 보든 말든 펑펑 쏟고 말았단다.
2년전 돌아가신 할머니 산소를 수시로 찾아뵙던 효성스러운 손자인가 하면 노동판에서 힘들게 번 돈을 생활비에 보태라며 내놓고 즐거워하던 효자였고 존경하는 스승님을 찾아뵙지 못하면 전화로라도 안부를 드려야 직성이 풀리는 착한 제자로, 선후배들간에는 의리의 사나이로 통하던 너를 누가 미워할 수 있겠니.
사랑하는 내 아들 상수야.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말처럼 네가 선택한 해병대에서 너를 진짜 사나이로 만들어 주리라 확신한다. 하느님과 나라에 열과 성을 다하는 멋진 해병이 되거라. 필승!
박종금(경기 동두천시 생연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