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억짜리 정부청사LAN 낮잠 『상관이 컴맹이라…』

  • 입력 1998년 4월 16일 20시 29분


수십억원을 쏟아 넣은 정부 청사내 근거리통신망(LAN)이 공무원들의 정보마인드 결여로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잠자고 있다.

LAN은 개인컴퓨터(PC)를 광케이블과 초고속교환기(ATM)로 연결시켜 컴퓨터를 이용한 전자결재나 공문서의 상호검색 등을 가능케 하는 전산망.

정부는 96년 정부청사내에 LAN을 설치, 하위직 공무원부터 장관에 이르는 문서결재를 컴퓨터 스크린상의 전자결재로 대체함으로써 의사결정에 소요되는 시간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욕적인 청사진을 발표했다.

또 LAN 설치가 완료될 경우 정부 각 부처간의 자유로운 공문서 공유가 가능케 돼 부처간 연관업무의 효율도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같은 계획에 따라 96년과 97년 모두 68억7천여만원을 들여 서울 정부세종로청사와 정부과천청사에 LAN 설치를 완료했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현재 LAN을 활용하고 있는 부처는 정보통신부내 몇개 부서에 불과할뿐 나머지 모든 부처의 경우 한차례도 LAN을 활용하지 않고 있다.

노동부의 한 사무관은 “LAN이 깔리고 난 후 단 한번도 전자결재를 받은 적이 없다”며 “직접 얼굴을 맞대고 보고하거나 회의를 해왔던 관행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처럼 LAN이 이용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매년 LAN을 운영하고 보수하는 데 상당한 예산이 들어가고 있다는 것.

행정자치부 정부전산정보관리소에 따르면 지난 한해 정부청사내 LAN의 1년 운영비로 2억3천여만원이 쓰였으며 보수비 등 유지비 명목으로도 13억여원이 사용됐다.

〈이명건·이완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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