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는 장애인 차별안해』…「새삶」찾아주는 현민시스템

  • 입력 1998년 4월 18일 20시 12분


직원의 40%가 장애인인 회사가 있다. PC통신 정보제공업체이자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업체인 현민시스템.

전직원 30명 중 PC통신에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제공자(IP)는 15명이고 이 가운데 12명이 장애인이다.

전국의 장애인 고용의무업체 2천1백84곳 가운데 장애인을 한명도 고용하지 않은 사업체도 5백76곳이나 되는 것이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는 우리사회의 얼굴이다.

그러나 현민시스템의 ‘서러웠던’장애직원들은 모두 자기집에 재택근무하면서 모처럼 주어진 일에 몰두한다. 정보화시대의 역군으로 일하는‘보람’에 산다.

18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정현희(鄭賢姬·32·여)씨 집. 하이텔 유니텔 나우누리 등 3개 정보통신회사에 개설된 육아정보 프로그램인 ‘엄마랑 아가랑’(go baby)에 올릴 정보사냥에 여념이 없다. 목발을 집고 다니는 2급 장애인인 그는 지난해 6월부터 현민시스템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다가 그해 8월 정식직원으로 채용됐다.

80년 교통사고를 당해 몸 전체중 양팔만 움직일 수 있는 윤영훈(尹泳勳·32·경기 수원시)씨는 95년 컴퓨터 통신상에서 현민시스템의 이화순(李和順·47·여)사장을 만났다. 한동안 망설이던 그는 전자우편으로 이사장에게 편지를 보냈다.

“일이 하고 싶어 미치겠어요. 일을 좀 주세요.”

한 젊은이의 파묻힐뻔 했던 재능을 살려냈다는 점에서 요즘 이사장은 뿌듯하다. 채용을 위한 면접도 온라인으로 한다. 장애인에게 부족한 ‘긍정적인 사고’를 중시하고 모니터에 올라오는 글을 통해 실력을 보고 구직자의 인생관을 살핀다.

이사장은 “장애인의 경우 일을 갈망하는 열정이 커 일반인보다 자기 일에 대한 애착이 크고 집중력도 뛰어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25일 종묘에서 따사로운 봄볕속에 야유회를 갖는다.

〈하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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