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된 청학동 댕기동자 『눈이 핑핑 돌아요』

  • 입력 1998년 4월 26일 19시 39분


올해 고려대 철학과에 합격해 화제가 됐던 ‘댕기동자’ 한재훈(韓在壎·27)씨.

집안전통에 따라 7세 때부터 정규학교 대신 전남 각지의 서당을 순례하며 익힌 한학에 신학문을 접목시키는 ‘실험’을 위해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들어온 지 약 두달.

길게 땋아 늘인 댕기에 흰 두루마기와 고무신 덕분에 ‘고대의 명물’이 된 한씨는 ‘문화적 충격’을 이겨내느라 정신이 없다.

가장 큰 충격은 ‘정보화의 위력’. 캠퍼스 커플의 애정표현보다 더한 것이 컴퓨터였다.

많은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갖고 다니고 컴퓨터로 리포트를 작성하고 인터넷으로 정보의 바다에서 필요한 자료를 낚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한씨는 “나는 구석기시대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을 한다.

한씨 역시 최근 정보화에 한 걸음 다가섰다.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고 입학선물로 삐삐도 받았다.최근 중간고사를 앞두고 도서관에 가서는 취직문제의 심각성을 몸으로 깨달았다.

오전8시에 중앙도서관을 찾았지만 이미 만원. 열람실마다 이어폰을 꽂고 영어공부와 고시준비를 하는 학생들로 빈자리가 없었던 것.

요즘 한씨는 가끔 서당이 그립다.

대학 시험도 학생들이 배운 것을 내면화하는 것보다 단순히 암기력을 측정하는 테스트같아 싫다는 것.

그는 “대학강단에서 동서양 문화를 아우르는 보다 폭 넓은 학문체계를 연구해 널리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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