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박나리양을 유괴살해한 혐의로 전현주(全賢珠·29)씨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지난달 30일 저녁 서울 잠원동 나리양의 집.
나리양의 부모 박용택(朴龍澤·43)씨 내외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TV앞에 앉아 있었다.
나리가 비명에 간 지 8개월.
지칠대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재판을 지켜봤던 부부는 이 날 뜻밖의 판결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박씨 내외는 “임신한 몸으로 어린아이를 살해하고 법정에서까지 거짓말로 일관했던 전씨에게 내려진 이번 판결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어머니 한영희(韓英姬·43)씨는 지금이라도 ‘엄마’라고 부르며 품에 안길 것만 같은 나리의 모습이 떠오를 때마다 맥이 빠져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잊어야지 다짐하면서도 나리친구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집니다.”
한씨는 요즘도 나리가 나타나는 꿈을 꾼다.
“나리가 울먹이는 표정으로 엄마를 한참 바라보다가 안으려고 하면 저 멀리 사라집니다.”
목이 터져라 나리를 부르다가 꿈에서 깨면 감당하기 힘든 그리움에 내외가 눈물로 밤을 지샌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며칠 있으면 어린이날. 한씨는 “지난해 어린이 날 선물로 받은 인형을 꼭 껴안고 놀이기구를 타며 환하게 웃던 나리가 눈에 선하다”며 눈물을 떨구었다.
나리를 잃은 충격으로 신체 왼쪽부분이 마비돼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한씨는 “공정한 재판으로 법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줘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침통한 표정으로 수첩에서 꺼낸 나리 사진을 어루만지던 남편 박씨의 어깨가 흐느낌으로 들먹거렸다.
〈윤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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