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해씨 첫 공판]北風 「조직적 공작」 공방

  • 입력 1998년 5월 4일 19시 30분


북풍공작사건과 관련해 구속기소된 권영해(權寧海)전안기부장 등 관련 피고인들에 대한 첫 공판이 4일 오후 서울지법 남부지원 1호 법정에서 형사합의1부(재판장 권진웅·權鎭雄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렸다.

검찰은 이날 권전부장 등을 상대로 한 직접신문에서 지난해 대선 직전 재미교포 윤홍준(尹泓俊)씨 기자회견이 북풍공작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와 부하직원들이 작성한 기자회견문 초안을 권전부장이 직접 수정한 경위 등에 대해 집중추궁했다.

이에 대해 권전부장은 기자회견을 갖도록 지시한 사실만 시인하고 김대중(金大中)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기자회견을 지시했다는 등의 기소내용에 대해서는 부인으로 일관했다.

이날 피고인으로는 권전부장과 전안기부 이대성(李大成)해외조사실장, 송봉선(宋鳳善)단장, 김은상(金恩相)처장, 주만종(周萬鍾)팀장, 이재일(李在一)팀원과 재미교포 윤씨 등이 나왔다.

권전부장측 변호인인 오제도(吳制道)변호사는 검찰신문에 앞서 모두(冒頭)변론을 통해 “이번 사건의 본질은 대선에서 특정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안보 수호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정상적인 활동이었다”고 주장했다.

오변호사는 “검찰은 북한공작원임이 분명한 중국 조선족 허동웅씨와 국민회의 인사들과의 커넥션 의혹을 먼저 밝혀야 하는데도 단 한차례 조사만으로 허씨를 북한공작원이 아니라고 단정한 뒤 모든 수사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오변호사는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비공개 재판을 통해서라도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겠다”고 말해 정치권의 대북 커넥션 의혹과 안기부의 정보수집 내용 등을 공개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변호인측 모두진술에 대해 “공소사실의 범위를 벗어난 내용”이라며 두차례나 재판부에 진술중단을 요구하는 등 반발했다.

권전부장도 모두진술을 통해 “모든 책임은 내게 있으며 상사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는 조직의 특성상 명령을 그대로 수행한 부하직원들은 잘못이 없으니 선처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호갑·나성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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