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삼성 車진출 수사해야되나』…기아 수사방향 고심

기아사태의 배경과 원인을 수사중인 검찰이 고심하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산업의 과잉투자와 경쟁구조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기아그룹 김선홍(金善弘)전회장이 무리하게 계열사를 확장하고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방만한 경영으로 부도를 자초한 혐의를 대부분 확인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기아의 부도를 부른 내부 원인뿐만 아니라 당시 업계의 경쟁상황과 정부실책 등 외부 원인도 함께 밝혀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기아에 대한 수사가 김전회장의 개인비리 차원을 떠나 기아의 부도원인과 과정을 밝히는 이른바 경제수사로 선회하면서 이같은 외부 원인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것.

현재까지 의혹이 제기된 외부 원인은 △삼성그룹의 자동차산업 진출과정과 과잉 중복투자 문제 △삼성의 기아인수 추진 의혹 △정부의 기아사태 처리지연 의혹 등이다.

이와 관련, 검찰에서 조사받는 기아 관계자들은 “왜 삼성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느냐”고 이의를 제기해 수사검사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기아 직원들은 기아가 무리하게 계열사를 확장해 외형을 부풀리고 종업원 월급으로 계열사 주식을 사들인 것은 삼성의 기아자동차 인수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아그룹 관계자는 “삼성의 한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보고서를 계기로 종금사 등 금융기관들이 6천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회수한 것이 부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아측의 주장도 이해는 가지만 이번 수사는 김전회장과 회사의 잘못에 국한된 것이고 수사를 무한정 확대할 수도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이 ‘누구를 얼마나 구속하느냐가 아니라 경제실책의 원인과 과정을 소상히 밝히는 것이 수사의 목표’라고 밝힌 이상 기아를 둘러싼 모든 의혹을 밝혀내는 것이 미래를 위해서라도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많다.

〈신석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