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해씨 「DJ 낙선공작」부인…4일 첫 공판

  • 입력 1998년 5월 5일 07시 38분


북풍공작사건과 관련해 구속기소된 권영해(權寧海)전안기부장 등 관련 피고인들에 대한 첫 공판이 4일 오후 서울지법 남부지원 1호 법정에서 형사1부(재판장 권진웅·權鎭雄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렸다.

7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날 공판에는 권전부장과 안기부 이대성(李大成)전해외조사실장, 송봉선(宋鳳善)전단장, 김은상(金恩相)전처장, 주만종(周萬鍾)전팀장, 이재일(李在一)씨와 재미교포 윤홍준(尹泓俊)씨 등 7명의 피고인이 나왔다.

권전부장은 “윤씨 기자회견문 내용을 사전에 보고받은 바 없으며 회견문에 아태재단이 북한측 자금으로 설립됐다는 등의 내용을 수정하도록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부인했다.

권전부장은 “아태재단 설립자금중 일부를 북한에서 지원했다는 얘기나 국민회의 박상규(朴尙奎)부총재가 북한 주민을 중국 국적으로 속여 국내로 입국시켰다는 첩보 등을 뒷받침할 만한 다른 통로의 첩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이전실장이 기자회견 공작을 은폐하기 위해 지난해 12월20일 귀국한 윤씨에게 ‘안기부가 개입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허위편지를 보내게 했으며 권전부장은 윤씨에게 무역회사를 차려주는 등 신분보장을 해주라고 지시한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송전단장은 “윤씨의 서울 기자회견은 평소 안기부와 관련이 깊은 사업가 김모씨(여)의 도움을 받아 이뤄진 것”이라며 “김씨는 ‘구정치인 L씨와 건국회 등의 도움을 받아 윤씨의 기자회견을 진행중’이라는 연락을 했고 이를 상부에 보고해 승낙을 얻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권전부장측 변호인인 오제도(吳制道)변호사는 모두(冒頭)변론을 통해 “이번 사건은 대선에서 특정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안보 수호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정상적인 활동이었다”고 주장했다.

오변호사는 “검찰은 북한공작원임이 분명한 중국 조선족 허동웅씨와 국민회의 인사들과의 커넥션 의혹을 먼저 밝혀야 하는데도 단 한차례 조사만으로 허씨를 북한공작원이 아니라고 단정한 뒤 모든 수사를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권전부장은 15대 대선 직전 김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재미교포 윤씨에게 김후보를 비방하는 기자회견을 하도록 지시하고 25만달러를 제공한 혐의로 지난달 21일 구속기소됐다. 다음 공판은 18일 오후 2시.

〈이호갑·나성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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