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암치료 새지평

▼인류가 암(癌)을 앓은 흔적은 약 5천년전 이집트 미라와 콜럼버스 이전 아메리카의 미라에서도 발견됐다. 약 3천5백년전의 고대(古代) 의학서에도 암에 관한 언급이 있다. 인체에서 발견된 악성종양을 ‘암’으로 처음 명명한 사람은 의학의 시조(始祖) 히포크라테스로 2천4백여년전 일이다. 따라서 암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고 할 수 있다. 암만큼 인류를 괴롭혀온 질병도 없다는 얘기가 된다.

▼암은 모발과 손발톱을 제외한 몸의 모든 부위에서 발생한다. 그 종류는 2백50여종. 사람 몸은 어른의 경우 무려 60조개의 세포로 이뤄져 있다. 암은 이 가운데 단 한개의 이상세포로부터 시작되는 병이다. 암세포는 2, 4, 8, 16, 32, 64, 128…처럼 기하급수적으로 증식, 서른번 분열하면 무려 10억개가 넘는다. 이쯤 되면 직경 1㎝, 무게 1g의 암덩어리가 되어 진단이 가능해진다.

▼암세포는 이렇게 엄청난 속도로 증식하면서 정상세포까지 파괴하고 특히 말기로 갈수록 진행이 빨라지는 공포의 병이다. 인류역사상 한 때 창궐했던 페스트 천연두 콜레라 나병 결핵 홍역 등은 이미 예방이나 치료가 가능해졌다. 암은 21세기를 눈앞에 둔 아직도 신종(新種) 에이즈와 함께 대표적 난치병으로 꼽힌다. 특히 우리나라 간암 사망자는 10만명당 22명으로 치욕스러운 세계최고기록을 갖고 있고 위암도 10위안에 든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쥐실험을 통해 모든 암을 박멸할 수 있는 약물개발에 성공했다는 뉴스는 큰 낭보다. 암 전문의들은 암 치료에 획기적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며 환자들과 더불어 흥분하고 있다. 사람에 대한 최종실험이 아직 남아 있어 조심스러운 반응도 없지 않지만 인체실험이 꼭 성공해 20세기가 가기 전 인류의 숙원이 풀리기를 빌어본다.

육정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