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과거 고도성장기에 수많은 시설물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건설’에 치중한 나머지 ‘유지 관리’에는 소홀했다. 또 빈약한 정부 재정 탓이기도 하지만 질보다는 양 위주의 건설을 해왔다. 당연히 지금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공공시설물들이 외국에 비해 허약 체질일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하루바삐 과거 건설한 시설물의 결함을 찾아내고 서둘러 보수 보강해야 하며 공공시설물들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지 관리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에게는 성수대교 및 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 참사의 악몽이 가시지 않았다. 이런 대형 사고를 교훈삼아 94년 ‘시설물의 안전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됨으로써 비로소 각종 시설물에 대한 유지 관리 체제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특별법이 제정된 지 3년이 지난 지금 과연 취약시설의 점검과 시설물 유지 관리가 잘 되고 있는가. 유감스럽게도 아직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금년 들어서는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서의 경제위기 아래 절약한다는 이유로 시설물의 점검, 유지 관리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안전이라는 것이 경제가 좋으면 지키고 어려우면 소홀히 해도 될 문제인가.
지금 정부의 시책을 보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 국가위신에 관계되는 건설 안전, 시설물 안전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신정부의 1백대 과제 가운데 끝 부분에 겨우 재난방지체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한다는 것이 들어있을 뿐이다. 이것조차 아직 구체적 방안이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경제가 회복된 뒤에 안전 문제를 생각해도 좋을 만큼 한가한 상황에 놓여있지 않다.
당국에서는 이번 지하철 침수 사고를 교훈삼아 건설 현장은 물론 각종 공공시설물의 안전과 유지 관리에 보다 진지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황학주<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