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 벽 의자 교탁 등이 모든 온통 커닝용 메모로 뒤덮여 있습니다. 시험감독이 아니라 커닝방조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좀 더 강도높은 시험감독을 해주십시오.”
4월 말 서울산업대에서는 한 학생이 시험감독을 철저히 해줄 것을 요구하며 총장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 대학신문에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당황한 학교측은 즉시 대책회의를 소집하고 교수들에게 시험감독을 철저히 하도록 주문했다.
국제통화기금(IMF)시대의 대학가에서는 성적에 대한 학생들의 집착이 강해지고 장학금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커닝이 학년과 전공을 가리지 않고 보편화되고 있다.
대학측에서는 시험감독을 강화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기발한 커닝수법을 당해내지 못하고 있다.
감독자의 눈에 띄지 않는 투명한 영사기용 필름에 메모를 축소복사해 책상에 붙여 놓거나 판박이형 스티커를 만들어 벽과 책상에 붙여놓는 신종수법까지 등장했다.
먹지를 이용해 한꺼번에 여러 사람에게 메모를 돌리는 ‘대량살포형’, 팀을 만들어 감독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유도한 뒤 커닝하는 ‘양동작전형’도 있다.
커닝이 일반화되자 양심적인 학생들이 대학측에 항의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S여대 조교 최모씨(34)는 시험 때면 “일부학생들이 조직적으로 커닝을 해 장학금까지 받고 있으니 감독을 철저히 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교수들의 무책임한 출제방식이 커닝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S여대 정모양(20)은 “해마다 비슷한 내용의 시험문제를 내는 과목일수록 커닝하는 학생이 많다”고 주장했다.
〈박윤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