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실직과 부도…. 아르바이트를 찾기도 쉽지 않다. 중학생 과외지도를 그만둔지 벌써 6개월째. 학교앞 커피숍 아르바이트도 지난해까지 시간당 3천원에서 지금은 1천5백원으로 떨어졌지만 그나마 자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그렇다고 경북 경산의 고향집에 손을 내밀 형편도 못된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동생의 학비를 보태야 할 처지다.
일단 같은 학과 친구 하숙집에 짐을 풀었다. 하지만 주인 아주머니의 눈총이 따갑다. 갈 곳이 없는 H씨. 결국 학교 경비 아저씨들의 눈을 피해 학과 방에 잠자리를 마련했다. 아직은 밤바람이 쌀쌀하지만 마음만은 편안하다.
아침 8시 침낭을 싸들고 학과 방을 나선다. 친구들에게 초라한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책가방을 들고 도서관으로 가 자리를 잡은 뒤 책상에 엎드려 모자란 잠을 보충한다.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친구들 틈에 끼여 해결한다. 친구를 만나지 못하면 ‘2주째 사용한 식권’으로 학생식당을 찾는다. 밥을 받으면서 식권을 내는 척하다 다시 주머니에 집어 넣는다. 밥을 훔쳐먹는 셈이지만 H씨는 당장 식권 한장을 구입할 1천원이 아쉽다.
돈이 없어 지난달에 만나던 여자친구와도 헤어진 H씨는 학교식당에서 음식을 훔쳐먹는 ‘장발장 대학생’이 자신뿐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H씨는 밤이 되면 자신이 머무는 학과방에서 라면을 끓여 저녁을 해결한다.
늘어만가는 지방대 출신 ‘떠돌이 대학생’. 갈수록 실직자와 부랑자가 늘어가는 ‘IMF의 아픔’이 대학가에도 스며들고 있다.
〈박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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