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국민과의 대화]남북관계와 통일정책

  • 입력 1998년 5월 11일 07시 44분


“50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민족통일은 요원하다. 그리고 최근의 남북대화를 보면 북측의 자세가 별로 변한 것 같지 않다.”

‘이산가족’인 광복회 부회장이 이렇게 말을 꺼내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빨리 고향에 가셔야 하는데 안타깝다”는 위로부터 했다.

이산가족 상봉문제에 대한 김대통령의 관심과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김대통령은 “지금 단언할 수는 없지만 변화가 올 것”이라며 “국제정세도 그렇고 북한 내부사정에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이 말한 국제정세는 △침략도발을 용납하지 않고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며 △상호교류 협력을 추구한다는 새 정부 대북정책 3원칙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뜻한다.

김대통령은 이를 거듭 얘기하면서 “변화하지 않고는 북한도 대단히 어려운 사정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대북정책 3원칙을 토대로 ‘교류협력 3원칙’을 관철해 나가겠다는 김대통령의 의지는 강했다.

북한이 원하는 식량 비료 등에 협력하는 동시에 인도적 차원에서 이산가족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하며 정부는 정경분리의 원칙 아래 기업인의 방북을 전면 허용하고 대북 투자한도도 폐지하겠다는 것이 ‘교류협력 3원칙’이다.

김대통령은 “국제사회가 (인도적으로) 거저 준 것은 거저 준 것이고, 기업의 대북투자도 아무 조건이 없다”면서 “그러나 정부대 정부의 교류협력은 우리가 하나를 주면 북쪽도 반드시 하나를 내놓아야 한다”고 ‘상호주의’를 강조했다.

4월초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남북한 비료회담이 열렸을 때 대북 비료지원과 이산가족 상봉문제를 연계시킨 것도 당국간 협상에서는 상호주의를 견지하겠다는 새 정부의 교류협력 원칙에 따른 것이었다고 김대통령은 직접 설명했다.

김대통령은 “나는 이산가족이 아니지만 이산가족만 보면 꼭 죄지은 느낌이 든다”는 말로 이산가족문제가 단순한 남북협상의 주제가 아니라 ‘인도주의’의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뭔가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김창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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