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종희/「에바다」소동

  • 입력 1998년 5월 13일 20시 00분


‘에바다 복지회’분규를 둘러싸고 관련기관들이 ‘갑자기’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0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서 경기 평택시에 있는 이 복지회 문제가 거론됐기 때문이다.

96년11월 청각장애학생들이 ‘비리재단퇴진’을 요구하면서 시작된 에바다사태는 유령직원등재(登載) 인건비횡령 기탁금착복 등으로 재단이사장이 구속되는 사태까지 치달았다. 수십차례의 감사와 수사가 있었지만 아직도 뒷말이 많다.

재단측은 “정상적으로 학교가 운영되고 있는데도 소수의 불만세력이 외부의 힘을 빌려 문제를 확대시키고 있다”는 볼멘소리요, 농성주도측은 “중도적 입장의 관선이사들이 복지회를 운영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날 “평택시와 경찰이 재단과 한통속이 돼 에바다비리가 계속되고 있다”는 질문에 “관계기관에 지시해 납득이 가도록 조처해주겠다”고 언급했다.

대통령 ‘말씀’이 떨어진 직후 보건복지부 경기도 경기도교육청 평택시는 물론 수사기관까지 나서서 진상파악 및 사태해결을 위한 노력이 어지러울 정도다. 그러나 정작 관련기관의 실무자들은 “2월에 20여일간 벌인 감사원의 종합감사결과가 나오는 6월초쯤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지 지금 당장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느냐”고 말한다. 대책위측의 한 교사도 “언론에 2백80여차례나 거론되는 동안 관련기관은 ‘강건너 불’처럼 보더니…”라며 뒤늦은 호들갑이 마뜩찮다는 반응이다.

‘에바다’는 예수가 청각장애인의 귀가 트이고 말을 하게 해달라는 탄식을 하면서 외친 히브리어로 ‘열리라’는 뜻. 굳이 대통령의 ‘말씀’이 없어도 법과 제도에 따라 공무원의 마음이 자발적으로 ‘열리고’ 스스로 움직이는 세상은 아직 먼 것일까.

박종희<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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