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99학년도 대학입시계획을 보면 웬만한 사람들은 뜻도 모를 용어들이 수두룩하다. 게다가 입시방법도 복잡하기 짝이 없다.
수시(隨時)는 무엇이고 정시(定時)는 또 무엇인가. 특차와 특별전형은 어떻게 다른가. 각 대학의 입시방법 자체가 독자적일텐데 별도의 독자적 기준에 의한 전형이란 또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필(紙筆)고사란 종이에 쓰는 시험이란 뜻인데 그러면 논술이나 다른 시험들은 종이에다 쓰지 않는 시험이란 말인가.
입시관련 교사, 전문가가 아니면 정확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다. 수험생을 둔 학부모나 수험생 중에도 헷갈리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대학입시가 이렇게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게 된데는 이유가 있다. 잘못된 고교교육을 바로잡고 입시 부작용을 막기 위해 고육책으로 여러가지 제도를 고안해낸 결과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당국의 의도대로 돼가고 있는지 의문이다.
또 취지는 좋지만 지나치게 복잡하고 용어가 적절치 못한 것은 아닌지. 정부는 45년 이후 지금까지 11차례나 입시제도를 바꾸었다. 그때마다 다 그럴듯한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이것을 해결하면 저것이 문제되고 저것을 해결하면 또 다른 것이 문제되는 식이었다.
2002년부터는 교육부가 머지않아 발표할 새 입시제도가 적용된다. 새 제도는 우선 좀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웠으면 좋겠다. ‘교육’을 다루는 행정부처가 암호같은 용어를 남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더불어 입시를 왜곡시킬 수 있는 사회풍토와 국민의식을 바꾸는 근원적인 처방도 함께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진녕<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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