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당초 환란(換亂)의 경위를 밝혀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다졌으나 결국 환란이 현실화한 지난해 10월말부터 11월말까지 약 한달동안 정책 책임자의 불법행위를 규명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환란이 관련자들의 직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했고 고의성이 없다는 점을 들어 처벌이 무리라는 지적도 있었다. 정책판단 추진의 과오나 오류를 사법적으로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검찰은 강전부총리와 김전수석이 각각 진도그룹과 해태그룹이 협조융자를 받도록 해준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들의 계좌를 추적하지 않고 업무수행만 문제삼았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강전부총리와 김전수석은 충실히 직무를 다했으며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요지의 답변서를 보내는 바람에 곤경에 빠지기도 했다. 검찰은 김전대통령 답변서의 진실성을 문제삼으며 법적 책임과 도덕적인 책임은 다르다는 논리로 대응했다. 검찰은 답변서가 법정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기엔 미심쩍은 구석이 많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강전부총리와 김전수석을 사법처리해야 하느냐는 문제를 놓고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강전부총리와 김전수석을 사법처리하는데 수사진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었지만 강전부총리는 주범,김전수석은 종범으로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결론은 구속영장에 김전대통령에 대한 보고와 관련해 자주 등장하는 ‘은폐’‘축소’‘정당한 이유없이’라는 표현과 관련이 있다.
검찰은 “이들이 대통령에게 제때 보고하지 않아 다른 나라는 대개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지원을 1,2개월 여유를 두고 신청했지만 한국은 국가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신청해 모든 악조건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전대통령이 지난해 11월10일부터 홍재형(洪在馨)전경제부총리와 윤진식(尹鎭植)전청와대조세금융비서관으로부터 외환위기를 보고받고 이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는 관련자들의 증언을 확보했다.
검찰은 외환위기 재판은 명확한 사실관계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증인들이 변명을 일삼는 정치권의 청문회보다 국민에게 주는 교훈적인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에서는 강전부총리와 김전수석의 직무유기와 관련, 고의성여부가 핵심적인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전대통령이 증인으로 법정에 설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하준우·조원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