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단의 반대신문으로 진행된 이날 공판에서 권전부장은 “중국 조선족 사업가 허동웅(許東雄)은 북한 중앙당의 교육과 자금지원을 받아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망원’으로 활동하며 김정일의 아들 김정남의 동창인 김미경과 함께 국민회의측 창구로 활동한 사실이 확인돼 안기부에서 관련자료를 보관중”이라고 주장했다.
권전부장은 이어 “96년 7∼8월 3개의 출처를 통해 입수된 첩보에 따르면 북한측이 허씨를 통해 ‘상황사업’이라는 공작명으로 국민회의측을 연결해 김대중후보와 북한 고위층과의 접촉을 추진한다는 첩보가 입수됐으며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관계자 박명(朴明)이 떨어뜨린 수첩에서 ‘김총재 김홍일 조만진’ 등의 메모가 발견됐다”며 허씨가 북한 간첩이라고 주장했다.
권전부장은 그러나 변호인단이 “당시 북한과 접촉한 정치인들의 명단을 밝힐 수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 활동중이며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인사들이기 때문에 공개적인 법정에서는 밝히기 어렵다. 정치권에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싶지 않다”며 거절했다.
한편 권전안기부장이 기자회견을 지시한 동기에 대해 변호인단은 “당시 국민회의가 ‘안기부가 오익제편지사건을 통해 북풍공작을 하고 있다’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어 대책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라며 “대북연계혐의가 있는 정치권인사들을 안기부법 위반혐의로 소환조사할 경우 대선자체가 파국에 이를 우려가 있어 정식수사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윤홍준(尹泓俊)씨도 “북한인 김철용을 통해 김미경씨를 소개받았고 김미경씨는 ‘나와 결혼할 사이’라며 허씨를 소개해줬다”고 주장, 허씨가 대남공작원임을 강조하면서 “당시 국민회의 조직국장이었던 조만진은 96년 8월 김포공항으로 향하던 차 안에서 당시 북한 사회과학부위원장 진영걸의 명함까지 보여주며 친분을 과시했다”고 말했다.
〈이호갑·나성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