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금 농촌엔 일손이 달린다. 도시에 실업자가 넘쳐난다는 말이 남의 나라 얘기만 같다. IMF쇼크로 예년에 비해 귀농인구가 다소 늘어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워낙 수가 적은 데다 품앗이를 할 만한 ‘일꾼’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방선거가 겹쳐 그나마 몇 안되는 농촌의 젊은이들이 선거판에 동원되는 바람에 일손 부족이 더욱 심각하다. 영농합숙소를 지어놓고 실업자들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농민도 있다.
전북 김제시 만경면 김모씨(58)는 “운동원을 7, 8명씩 데리고 논밭으로 인사를 다니는 후보들을 보고 ‘농사일이나 도와달라’고 말한 적이 있다”며 웃었다.
전북도는 올 봄농사에 연인원 2만5천명의 일손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는 이에따라 각급 농협과 읍 면 동사무소에 일손돕기 창구를 설치했지만 26일 현재 1백89개 기관에서 4천8백여명을 지원했을 뿐이다.
경북 청송과 영양지역의 경우도 고추모종 옮겨심기 사과열매 따주기 등 올 봄농사에 6만5천여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농기계를 총동원하더라도 줄잡아 3천명 정도가 부족한 실정.
특히 과수농가의 고통이 심하다. 모내기 등은 기계를 이용하면 되지만 과수농사는 일일이 사람의 손길이 가지 않으면 안된다.
충북 음성군 감곡면 상평리 이재욱씨(42)는 “1천8백평 과수원의 열매를 솎아내려면 10명이 하루종일 일을 해야 한다”며 “애써 사람을 구해도 ‘내 일’처럼 정성껏 작업을 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인건비도 만만찮다. 일이나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 세끼를 제공하고 3만∼6만원을 주어야 한다. ‘월촌수박’으로 유명한 경남 함안군 대산면 월촌리 비닐하우스 농가에선 인건비 부담을 견디다 못해 하루 2만원씩 주고 외국인 노동자를 불러다 일을 시키고 있다.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