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생들의 신체검사 현장에 가보면 최근 학생들의 ‘서구적 체형’ 열망을 읽을 수 있다. 남녀의 구분을 떠나 공통의 관심사는 다리길이와 키.
최근에는 선 키보다는 앉은 키에 많은 신경을 쓴다. 여기서 ‘롱다리’와 ‘숏다리’의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
같은 키라도 앉은 키가 작은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롱다리’가 되지만 앉은 키가 크면 그만큼 ‘숏다리’가 돼 놀림을 받는다.
남학생들은 가슴둘레에 대한 관심도 대단하다. 최근 영화나 TV에서 외국배우들이 떡 벌어진 가슴에다 몸에 달라붙는 셔츠를 입고 나와 인기를 끌면서 남학생들에게는 가슴둘레 ‘1백㎝’가 선망의 대상이다.
여학생들의 몸무게에 대한 관심에서 몸매에 대한 강박관념을 읽을 수 있다. 체중을 재는 교사들은 “몸무게를 줄여달라” 는 ‘청탁’에 시달린다.
여학생들이 검사 며칠전부터 다이어트에 들어가는 것은 기본. 검사직전에는 화장실을 드나들면서 조금이라도 무게를 줄이려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검사가 시작되면 몸무게가 적게 나오는 저울을 찾아 여기저기 올라서 보거나 한쪽발을 들고 저울에 올라서는 등 무게를 줄여보려고 애를 쓴다.
이런 ‘정성’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안좋으면 마지막으로 기록담당자에게 애교를 떨며 ‘로비활동’까지 벌인다.
취업을 앞둔 일부 여상졸업반에서는 기록을 맡은 학생이 아예 일괄적으로 모든 학생들의 체중을 3,4㎏씩 빼주는 ‘아량’도 베푼다.
동덕여고 양호교사 유영선(劉玲仙·35)씨는 “학생들의 평균체중이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며 “TV가 은연중 학생들이 서구인의 눈으로 자신들의 몸을 평가하도록 하는 바람에 학생들이 불필요한 다이어트를 하는 등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윤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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