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문밖에서 잔뜩 찌푸린 하늘을 쳐다보던 이모씨(51). 입안 가득 머금었던 담배연기를 한숨과 함께 내뿜는다.
이씨는 지난해 9월경 20여년동안 다니던 C은행에서 퇴직한 뒤 포천에서 오랫동안 갈비집을 해온 동생의 도움으로 고양시 일산구에 갈비전문점을 냈다. 그러나 이씨는 곧 닥친 환란으로 ‘재미’는 커녕 식당유지에 전전긍긍해야 했다.
그런 이씨에게 반가운 일이 생겼다.
지난달 8일. 점심무렵 인근 아파트부녀회 회원 20여명이 식당으로 들이닥쳤다. 오랜만에 단체손님을 맞은 데다 이들이 30인분이상의 갈비와 음료 등을 주문하자 이씨와 종업원들은 신이 났다.
그러나 식사내내 자리를 바꿔가며 입심좋게 떠들던 한 아주머니가 식사 끝무렵 데려온 사람을 보자 이씨는 한 순간에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함께 온 사람은 시의원출마자였던 것.
이후 이씨는 두차례 더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은행재직시 ‘쇠꼬챙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이씨는 그동안 선거관리위원회에 전화를 걸다가 다시 수화기를 내려놓은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양심과 영리사이’에서 고민하던 이씨는 최근 이 문제를 상의하려고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가 또 한번 놀랐다.
“형님 선거때마다 늘 있는 일입니다. 여기서는 관광버스로 주민들을 태워와 식사대접은 물론 온천욕까지 시켜주는 사례도 있습니다. 괜히 신고했다가 ‘입 가볍다’며 손님들이 발길을 끊으니 모른 척 하십시오.”
동생은 당연하다는 말투였다.
“돈을 먹고 지방자치가 자라겠습니까. 돈이 아쉬워 신고도 못하는 제 자신이 부끄러울 뿐입니다”는 말을 남기고 그는 안으로 사라졌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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