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투표현장]前대통령서 보통사람까지 『한표』

  • 입력 1998년 6월 4일 20시 24분


이번 ‘6·4’지방선거에서는 1백세가 넘는 노인,50년만에 영구귀국한‘훈’할머니,몸이 불편한 장애인들도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착을 위해 소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올해 1백12세로 서울시 유권자 중 최고령인 손영만(孫永萬)옹은 4일 오전9시경 서울 용산구 효창동 금양초등학교에 마련된 제2투표소에서 신성한 주권을 행사.

건강한 모습으로 손자 내외와 함께 투표장에 나온 손옹은 “지금까지 한번도 빠짐없이 투표해왔다”면서 “후보들이 너무 많아 서울시장 말고는 누구를 찍어야 할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올해 1백7세로 울산지역 최고령자인 한영수(韓永壽)옹은 투표모습을 담기 위한 지역언론사들의 빗발친 전화문의를 받았지만 지난달 28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부재자 투표기간에 이미 투표를 끝냈다.

○…50년만에 영구귀국한 ‘훈’할머니 이남이(李男伊·73)씨도 경북 경산시 동부동 계양유치원에 마련된 제5투표소에서 국적회복 후 첫 투표권을 행사.

훈할머니는 오전7시10분경 가족과 함께 투표소에 나와 고국에서 처음으로 해보는 투표가 신기한듯 투표용지를 연방 어루만지며 투표한 뒤 “잃어버렸던 고국을 찾고 국민의 권리인 투표도 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퇴임후 처음으로 공식행사에 모습을 나타낸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은 부인 손명순(孫命順)여사와 함께 오후2시경 서울 동작구 상도1동 사무소 2층에 마련된 상도1동 제1투표소에서 투표했다.

김전대통령은 투표도중 선관위관계자 참관인 동네주민들에게 “수고하십니다”라며 악수했으나 기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기전 사진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할 때는 어둡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

김전대통령은 “어떤 후보에게 투표했느냐” “임창열후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공세에 “아이고 마…. 그런걸 어떻게…”라며 답변을 피한 뒤 수행원들과 함께 귀가했다.한편 주위의 시선을 의식, 15대 대선 때 투표를 포기했던 김전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는 오전6시45분경 종로구 구기감리교회에 마련된 평창동 제4투표소에서 부인과 함께 투표했다.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은 오전8시 서대문구 연희2동 제2투표소인 연희2동사무소에서 부인 이순자(李順子)여사와 함께 투표했다. 전전대통령은 사진기자들의 플래시속에 여당과 야당후보 중 누구를 찍었느냐는 질문에 웃으면서 “좋은 사람,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은 오전10시반경 연희1동 제1투표소에 부인 김옥숙(金玉淑)여사와 함께 우산을 쓴 채 걸어와 한표를 행사했다. 최규하(崔圭夏)전대통령도 이날 오후 늦게 투표를 마쳤다.

○…강원 동해시 천곡동 제4투표소인 천곡초등학교에서는 오전11시반부터 장애인들이 2층에 설치된 투표소가 불편하다고 항의, 동해시선관위는 투표사무원들이 장애인을 부축해 투표하도록 조치.청주지역 택시기사들의 친목 모임인 청주 서부모범운전자회(회장 박광래·朴光來)는 오전8시반부터 투표종료시까지 시내 장애인 유권자들을 투표소까지 무료로 태워줬다.

지난해 대선때도 20여명의 장애인을 투표소까지 태워다 준 이 단체는 이날 무전기를 단 회원차량 1백여대를 대기시켜 장애인 유권자들에게 차량을 지원했다.

○…충북 청주시 청주의료원은 입원환자의 주권행사를 위해 투표를 희망하는 환자들을 투표소까지 앰뷸런스로 수송.

청주의료원은 오전9시경 투표 참여를 유도하는 방송을 한 뒤 오전10시반경 다리골절로 입원중인 최광옥씨(73·여) 등 입원환자 5명을 앰뷸런스로 해당 투표소로 수송, 투표를 도왔다.병원 관계자는 “몸이 불편한 환자들까지 앞다퉈 투표에 참여하려는 것을 보면 풀뿌리 민주주의가 멀지 않아 정착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특수학교인 청주맹학교 학생 33명은 보육사의 도움을 받아 오전8시경부터 40여분간 이 학교 본관 1층 로비에 설치된 탑동 대성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쳤다.

이 가운데는 지난 3월 시각장애의 역경을 딛고 히말라야 아일랜드피크(해발 6,160m)를 등반하는데 성공한 김동암(金東巖·42·고등부1년)씨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전국종합〓6·4선거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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