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탁계석/국립극장 전문가가 운영해야

  • 입력 1998년 6월 12일 08시 29분


국립 문화예술기관의 민간 위탁 문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박물관 미술관은 완급의 절차가 필요할 지 모르지만 국시립 공연장의 경우 시급히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간 비전문가에 의한 관료주의 폐해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방만한 운영, 잘해도 못해도 그만인 평가와 책임 없는 공연, 초대권 과대 살포로 인한 공연 티켓 유통망 교란, 이로 인한 관람 욕구 감소….

20여년간 국시립 공연장의 운영 실태를 생생히 체험해온 필자에겐 최근 구조조정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현실을 간과한 공허한 메아리로 들린다.

왜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나. 기획예산위원회가 사안별로 신중하게 접근했어야할 ‘민영화’ ‘민간 위탁’이란 어휘를 ‘과감히’사용한데서부터 오해가 생겼다. 민영화는 국립극장을 개인에게 팔아 넘기자는 것이 아니다. 누가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지원이 삭감된 극장을 투자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

극장의 현주소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 공연중 퇴장을 일삼는 공짜 손님들,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리는 청소년, 이를 앞으로도 계속하자니 어안이 벙벙하다. 국가 대표 공연장과 단체의 모습이 이래도 좋다는 말인가.

비전문 공무원이 운영하는 극장과 의욕 넘치는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극장의 차이를 알려면 정동극장의 성공사례를 보면 된다. 빗나간 문화 보호론이 시민들의 건강한 문화의식마저 오염시킬까 걱정스럽다.

시스템을 바꾸라. 그러면 출구가 보일 것이다.

타계석(문화실천연합대표·음악평론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