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씨 피랍/동아일보 단독입수 오순열씨 비밀기록]

  • 입력 1998년 6월 16일 06시 49분


김현철(金賢哲)씨 납치기도 사건의 주범인 오순열(吳順烈)씨는 현철씨와 어떤 관계이며 왜 현철씨를 납치하려 했을까.

동아일보 기자가 15일 오씨의 집에서 단독입수한 ‘유서의 진실’ ‘결단에 앞서’ 등 관련 문건과 ‘김영삼(金泳三·YS)대통령’ ‘김현철에게’ ‘홍인길(洪仁吉)수석에게’ 등 3통의 편지에는 오씨가 현철씨를 알게 된 경위와 현철씨에게 어떤 감정을 품고 있었는지 자세히 기록돼있다.

김영삼전대통령 임기중인 95년경 작성된 이 문건에서 오씨는 87년 대통령선거때 현철씨의 운전사였던 연제광(延濟廣)씨의 소개로 상도동 캠프에 합류, 개인 재산을 처분해가며 YS선거운동을 도왔다고 밝히고 있다.

오씨는 87년 연씨의 소개로 현철씨를 만난 뒤 소유하고 있던 집을 2천만원에 팔아 선거자금에 보탰다는 것.

오씨는 또 92년 대선 전에는 서울 용산구 국제빌딩 커피숍에서 현철씨로부터, 인근 대림다방에서는 현철씨의 아내로부터 “대선캠프에 참가해 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받고 장학로(張學魯)씨 등과 함께 당시 대선조직의 하나인 ‘상도회’를 조직, 평소 운영해온 과일가게를 1억6천만원에 팔아 홍보요원 일당지급 등으로 지출했다고 주장했다. 오씨는 또 지난해 3월 작성한 문건에서 “선거가 잘되면 사업도 잘되고 지역에서의 위세도 달라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주변의 비웃음거리가 되고 빚더미에 올라앉았다”며 “가족이 조의금으로 살 수 있도록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이며 외로운 황천길을 결코 혼자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복의사를 밝히고 있다.

오씨는 이 기록에서 “대선 이후 추진하던 사업도 잘 안돼 선거때 팔아넘긴 과일가게를 월세로 다시 얻어 입에 풀칠을 하고 있으니 대통령께서 가게라도 찾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오씨는 또 ‘김영삼대통령일가 측근 부정비리 녹취기록’이라는 문건도 남겨놓았다. 이 문건에는 상도동에서 일한 사람 중의 한명이었던 김모씨가 오씨와 만나 김전대통령 측근들의 이권개입내용이나 치부행각에 대해 자세히 말한 내용을 오씨가 김씨 모르게 녹음한 내용이 기록돼 있다.

결국 오씨는 김전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한 이후 청와대나 현철씨에게 반대급부를 요구해오다가 자신의 뜻이 좌절됐고 이후 김전대통령 측근들의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협박했으나 여의치 않게 되자 마지막 수단으로 현철씨의 납치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박정훈기자〉hun3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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