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회장이 탄 승용차를 선두로 소 5백마리를 실은 트럭 50대가 임진각을 출발,판문점을 관통(貫通)해 일렬로 달리며 분단의 허리를 잇는 장면은 한반도가 탈냉전시대에 남아있는 마지막 냉전지대라는 사실을 한 순간이나마 잊게 했다.
鄭회장은 이날 오전 8시께 임진각에 도착, 전날밤 충남 서산목장을 출발해 이날 새벽에 미리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소떼」와 합류해 오전 8시20분 임진각을 출발,경기도 문산과 판문점을 잇는 통일대교를 지나 판문점으로 향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도착한 후 鄭회장 일행과 소떼를 실은 트럭은 두갈래로 나뉘어져 鄭회장 일행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 머무르는 동안, 소 트럭들은 오전 9시부터 차례대로 군사분계선을 넘기 시작했다.
소를 실은 트럭 행렬의 맨 후미(後尾)가 군사분계선을 넘은 후 鄭회장은 오전 9시55분께 평화의 집으로부터 이동, 군사분계선상에 가로질러 놓여있는 판문점 중립국감독위 사무실을 걸어서 통과해 오전 10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판문점 표정]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은 이른 아침부터 역사적인 鄭周永씨 일행의 방북과 소떼지원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한 실무준비로 남측.북측지역 모두 분주하게 움직였다.
소떼 인도가 시작되기 30분전부터 판문점 북측지역에는 북한 병사 수십명이 도열하기 시작했고 판문각 건물 주변에도 푸른색 양복을 입은 북측 관계자 3∼4명이 나와 「평화의 소떼」를 맞을 막바지 준비로 바삐 움직였다.
북측은 평소와 달리 이른 아침부터 대남 방송용 스피커를 통해 잔잔한 음악을 틀어 첨예한 군사대결의 장소인 판문점도 이날만큼은 평화의 분위기가 가득했다.
소떼 인도시간인 오전9시가 가까워오자 북한 기자단 4∼5명이 방송용 카메라를 들고 나와 취재에 나섰다.
북한측도 鄭周永씨 방북 및 소떼 인도를 생중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떼를 실은 트럭이 오전 9시께 판문점에 도착, 일렬로 도열하자 남북 적십자관계자들은 인계인수를 위한 수속을 밟았다.
인도인수 절차를 밟기 위해 잠시 트럭이 멈춰서 있자 소떼들은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생활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낸 듯 「음메에, 음메에」 울어대기도 했다.
트럭들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내 중감위사무실 동편 공터를 통해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측 평화의 집과 마주보고 있는 통일각옆 공터에 집결했다.
이에앞서 남북한은 오전 8시40분께 중립국감독위 회의실에서 적십자연락관 접촉을 갖고 방북자 명단과 운송기사 명단, 검역증을 주고 받았다.
이날 판문점에는 내외신 기자 50여명이 모여 열띤 취재경쟁을 벌여 鄭周永씨 방북과 소떼지원을 둘러싼 국내외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鄭씨 기자회견]
○…鄭周永씨 일행은 오전9시 정각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 도착, 金炯基 통일부 남북회담사무국장의 안내를 받아 귀빈실로 들어갔다.
鄭씨는 15분간 휴식을 취한 뒤 내외신기자들과 기자회견을 갖고 방북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鄭씨는 「출발 인사말」에서 『어린 시절 무작정 서울을 찾아 달려온 이 길, 판문점을 통해 고향을 찾아가게 돼 무척 기쁘다』고 감격어린 심정을 표현했다.
그는 『강원도 통천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청운의 꿈을 안고 세번째 가출할 때 아버님의 소판 돈 70원을 가지고 집을 나섰다』면서 『이제 그 한마리의 소가 천마리의 소가 돼 그 빚을 갚으러 고향산천을 찾아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鄭씨는 이어 이번 방문이 한 개인의 고향방문이 아니라 남북간의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환경의 새로운 초석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鄭씨는 거동이 불편해 부축을 받을 정도였지만 기자 질문에 또박또박 답변하는등 건강은 비교적 양호해 보였다.
그는 金正日 면담계획, 금강산 관광 가능성 등 예민한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 계획이 없다. 가봐야겠다』 『북측과 협의해 봐야겠다』며 피해갔다.
[鄭씨 越境]
○…鄭씨 일행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오전 9시50분께 귀빈실을 나와 평화의 집 현관에서 취재진들을 위해 포즈를 취한 후 방북 장도에 올랐다.
평화의 집 현관에는 소떼를 실은 트럭을 북측에 인도하고 돌아온 운전기사 50명이 양쪽으로 도열,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鄭씨 일행을 환송했다.
鄭씨 일행은 몇 발자국 앞으로 걸어나와 손을 흔들면서 『잘 다녀오겠다』며 환송객들에게 답례했다.
鄭씨는 9시52분께 타고온 현대 다이너스티 승용차에 올라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향해 출발했고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들며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鄭씨 일행보다 앞서 15일 중국 베이징을 통해 입북했던 朴世勇현대상선 사장등 선발대 7명은 이날 오전 8시40분께 판문각에 도착, 2층 베란다에서 줄곧 鄭씨일행을 기다렸다.
북측지역에서는 양장을 화사하게 차려입은 8명의 여성들이 꽃다발을 들고 나와 鄭씨 일행을 맞을 준비를 했다.
鄭씨를 태운 다이너스티 승용차는 오전 9시55분께 중감위회의실 앞에 도착했으며 북적 연락관들이 영접준비를 마쳤다는 전갈을 보내오자 중감위회의실을 통해 군사분계선을 넘어 방북길에 올랐다.
북측지역에 도착한 鄭씨는 수행원 2명의 부축을 받아 북측이 마련한 벤츠승용차에 올랐고 일행들은 승용차 7대와 미니버스에 분승, 통일각으로 향하다가 판문각으로 이동했다.
鄭씨 일행은 차에 오른 후 차창밖으로 손을 흔들며 환송나온 현대측 관계자와 우리측 인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보냈다.
당초 예정과 달리 鄭씨 일행이 곧바로 평양으로 출발하지 않고 판문각으로 향하자 『아마도 환영행사를 갖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鄭씨 일행은 판문점 중감위 회의실 남측 출입구를 들어선 후 오전10시 정각에 회의실을 정확히 반으로 가르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땅에 발을 내디뎠다.
鄭씨는 군사분계선을 넘기 직전 방북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향 땅을 밟게 돼서 반갑다』면서 감회어린 표정으로 짤막하게 소감을 밝혔다.
중절모와 베이지색 코트 차림을 한 鄭씨는 혼자서 발걸음을 옮기기에 다소 힘겨워하는듯 했고, 동생 世永씨의 부축을 받아 폭 10Cm의 파란색 줄선으로 표시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북측에서는 宋鎬京 북한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을 비롯, 20여명의 환영객들이 나와 중감위회의실 북측 출입구 앞쪽에서 鄭씨 일행을 맞았다.
宋부위원장은 鄭씨 일행을 보자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鄭선생이 오신 것을 열렬히 환영합니다』며 鄭씨의 손을 잡고 인사말을 나눴다.
이어 북측 여성이 鄭씨에게 꽃다발을 건넸으며 선발대로 방북한 朴世勇현대상선사장 등 일행도 鄭씨 일행을 맞이했다.
鄭씨가 완전히 북한땅을 밟고 난 후 중감위 회의실안에서는 남북 적십자 연락관들이 접촉을 갖고 鄭씨 일행의 사진과 인적사항 등에 관한 서류를 교환하며 방북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마무리지었다.
[통일대교 북단]
○…이에앞서 鄭周永 명예회장 일행의 방북단은 8시15분 임진각 환송행사장을 출발하면서 본격적인 방북길에 올랐다.
8시20분경 鄭회장이 탄 현대 다이내스티승용차를 선두로 鄭회장가족들이 탄 버스에 이어, 소 5백마리를 실은 트럭이 1호차부터 50호차가 통일대교에 진입, 9백m에 이르는 통일대교가 가득차는 대장관을 연출했다.
중절모에 코트를 입은 鄭회장은 통일대교를 지나는 순간 손을 흔들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고 트럭기사들도 손을 흔들며 통과.소떼를 실은 45대의 5t과 8t트럭에 이어 사료를 실은 5대 등 50대의 트럭이 통일대교를 시속 10㎞로 서행하는 바람에 모두 통과하는 데는 30여분이 소요됐다.
소 운반용 차량은 우측에 적십자깃발을 좌우측에는 「정주영 명예회장 소 운반차량」이란 플래카드를 달았고 앞뒤 범퍼에는 「정주영 북한방문 차량」이라는 팻말을 붙여 북한주민들이 정회장이 기증한 소라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했다.
鄭회장의 방북단과 소를 실은 차량들은 통일대교를 빠져나오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 10여분후인 9시쯤 판문점에 도착했다.
통일촌과 대성동 자유의 마을, 유엔사캠프 등을 차례로 지날때 연도에 나와있던 주민들과 군인, 미군들은 손을 흔들려 환호하는 모습. 한 미군병사는 소떼 행렬을 지켜보다가 『놀랍다. 멋있다』를 연발. 판문점 입구에 도착한 트럭들은 군사분계선 통과에 시간이 지체되는 바람에 한참이나 늘어서 있다가 9시20분이 지나서야 북측지역에 모두 들어갔다.
[소떼 인도-인수]
○…소를 실은 트럭이 군사분계선을 넘을 판문점 북측경비병 휴게실 동편광장에는 오전 8시45분께 북측 경비병 20여명이 등장해 트럭 인도-인수를 위해 대기했다.
북측 경비병들은 8시58분께 트럭이 북쪽으로 넘어갈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동편광장 군사분계선 너머 쇠말뚝을 제거하는 등 움직임이 다소 활발해졌다.
트럭이 지나갈 수 있는 통로에 대한 사전점검이 끝난후 오전 9시 남북 양측은 군사분계선상에서 각각 5명씩의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갖고 트럭 인도-인수를 위한 최종 점검사항을 확인했다.
잠시후 오전 9시5분께 朴炳大 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한적인도요원 3명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군사분계선 북측 5m지점에 위치한 아름드리 전나무 밑에서 북측 적십자회 인수요원 3명과 함께 트럭의 越線에 대비했다.
소를 실은 트럭행렬 50대중 1호트럭이 군사분계선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9시6분. 소 8마리를 실은 1호트럭이 도착하자 북측 인수요원들은 군사분계선상에서 차를 잠시 세우고 소의 숫자와 상태등을 점검하고 바로 통과시켰다.
이어 2호차부터 36호차까지 잇따라 차량이 통과한뒤 1분여정도 차량통과가 중단됐다가 다시 37호차부터 50호차까지 통과가 이뤄졌다.
남북 인도 인수요원들은 9시21분 15분만에 차량통과가 모두 끝난뒤 9시30분 군사분계선에 모여 인도인수증과 선물을 교환하고 헤어졌다.
○…오전9시30분께 소떼 인도 및 인수를 맡은 적십자 관계자들은 중감위 회의실동편 공터의 군사분계선상에서 朴炳大 남측단장과 임순일 북측단장 명의로 된 인도인수증을 교환했다.
朴남측단장이 『소를 빨리 키워 새끼를 많이 낳아 식구가 늘어나기를 바란다』고 기원하자 임북측단장은 『잘 키우겠다』고 응답했다.
트럭기사들은 북한측 기사들에게 차량을 넘겨준 후 중감위 회의실과 군사정전위회의실 사이 통로를 통해 군사분계선을 넘어 돌아왔다.
한 기사는 『소를 싣고 북측에 넘어가니 북측 여성 10여명이 냉면을 준비해 놓고 「먼길 오느라고 시장할테니」 먹고가라고 권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北측 선물]
○…북측은 이날 소 운반차량을 운전한 남측 기사들에게 백두산 들쭉술 1병, 인삼곡주 1병, 려과담배 1보루씩을 선물로 줬다.
운전기사들은 북측 통일각에서 대기하고 있던 젊은 여성들이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이들 선물을 전달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