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박정훈/하버드大 총장의 「충고」

  • 입력 1998년 6월 19일 19시 34분


“대학은 학생들에게 직업훈련을 시키는 곳이 아닙니다. 과학도가 예술을 음미할 수 있고, 예술학도가 과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대학이 걸어가야 할 교육의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19일 오후 3백여명의 교수와 학생들로 들어찬 서울대 문화관 소강당 강연회장. 서울대의 초청으로 강연을 한 닐 루덴스타인 미국 하버드대 총장은 ‘대학교육의 미래와 과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직업훈련위주로 이뤄지는 우리의 대학교육에 일침(一針)을 가했다.

그는 “미국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나라의 대학교육이 가시적인 경제효과를 거둘 수 있는 분야의 연구활동에만 치중돼 훌륭한 시민으로서의 교양과 정서를 함양할 수 있는 참교육은 등한시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하버드대는 학부생들에게 지역주민들을 상대로 봉사활동을 하거나 신문 잡지에 기고하는 일, 교향악단 등 음악그룹에서의 연주활동 등을 적극 권장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4년동안 ‘직업적인’훈련을 거의 받지 않는다는 것.

“기초학문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연구노력이 사회경제 발전의 진정한 밑거름을 만들어 준다”고 지적한 그는 “실제로 레이저 반도체칩 초전도체 인공위성 광섬유 등 20세기 중대 발견들은 대부분 실용적인 목적이 아닌 기초지식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오는 21세기에도 대학의 기초연구 기능을 우선 순위에서 배제해서는 안되며 오히려 기초학문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역설했다.

당장의 경제난에 연구비를 대폭 삭감하고 학문의 구조조정이라는 틀속에서 기초연구와 교양강좌의 중요성을 외면하고 있는 우리대학의 모습을 한번쯤 뒤돌아보게 하는 강연회였다.

〈박정훈기자〉hun3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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