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천호동주민들,주택가 뒷골목 「꽃길 변신」합심

  • 입력 1998년 6월 22일 19시 37분


서울 강동구 천호2동 주민들은 461번지 일대의 좁은 골목길을 ‘꽃길’이라 부른다.

길이 70여m의 골목길 양편으로 놓인 2백여개의 화분에 맨드라미 과꽃 채송화 등 온갖 꽃들이 화사하게 피었고 담벽에는 ‘시골풍경’‘물고기’ 등 벽화가 그려져 있다.

새벽에는 새떼의 지저귐과 상큼한 꽃향기로 ‘숲속의 산책로’를 연상케 한다.

천호대로변에 붙어 밤이면 으슥했던 이 길을 꽃길로 탈바꿈시킨 주인공은 40여가구 1백여명의 동네 주민들.

“전셋집을 보러온 사람들이 지저분하고 무섭다며 발길을 돌릴 때가 많았죠. 쓰레기와 잡동사니는 물론 범죄자가 버린 듯 한 주민등록증 한다발이 발견될 정도였으니까요.”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한 어느 주민이 지난해 6월 화분을 사다 길 옆에 놓기 시작했다.

곧 주민들이 하나둘씩 팔을 걷어붙였고….

그림솜씨가 있는 주민은 ‘우중충한’ 회색 담벽에 밑그림을 그렸고 다른 주민은 화분에 쓸 거름을 만들었다.

주민 이종연(李鐘衍·여·45)씨는 “며칠동안 아이들과 함께 벽화를 그리면서 무척 즐거웠다”면서 “매일 아침 이웃과 함께 꽃에 물을 주고 골목길 청소를 할 때 따뜻한 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 결과 골목길 양편으로 나눠져 쌓여왔던 주민간의 갈등도 어느 틈엔가 사라졌다.

“올 봄에 온동네 주민들이 모여 쇠파이프로 아치 10여개를 만들어 골목길에 세웠지요. 여기에 들장미 호박 수세미 등 덩쿨식물을 심고 거름을 주느라 한동안 골목 안이 떠들석했어요.”

이 동네 ‘터줏대감’인 차진석(車鎭錫·58·사업)씨는 “담배꽁초 하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골목길이 깨끗하다”면서 “마주치면 어른 아이 할 것없이 서로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도심속 시골동네’가 바로 우리 동네”라고 자랑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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