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2백50t미만은 잠수정으로, 그 이상은 잠수함으로 부른다. 이날 발견된 유고급 잠수정은 70t 규모. 길이 20m, 폭 3.1m, 높이는 4.6m. 디젤엔진 2개를 갖추고 있으며 수상에서는 10노트로 5백50마일까지, 수중에서는 4노트로 50마일까지 항해할 수 있다. 탑승인원은 승조원 4명외에 최대 8명가량이 더 탈 수 있어 간첩 등 비정규전 요원이 동승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70년대 중반 유고에서 들여와 개량한 것으로 서방군사전문가들은 이를 ‘유고급 잠수정’이라고 부른다. 유고급 잠수정은 60년대 초반부터 건조됐으며 북한은 80년 이전까지는 외국에서 수입해오다 그 이후 자체 건조해 현재 50여척 이상을 보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북한이 자체개조한 유고급 잠수정은 선체가 플라스틱으로 돼있어 레이더 탐지가 어렵고 잠수 및 부상속도, 발진속도가 빨라 기동성을 요구하는 비정규전에 특히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수함은 함정공격 등 수중작전용인 반면 잠수정은 특수요원을 적후방에 침투시킬 때 사용된다. 표준형 유고급 잠수정은 수중 작전반경이 50마일에 불과해 북한 최남단 영해에서 50마일 가량 떨어진 속초 근방에서 축전(蓄電)을 위해 떠오르다 그물에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
국방부관계자들은 현재까지의 정황으로 봐 잠수정이 대남침투작전 수행중에 고장이 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작전반경이 3백㎞가 넘는 유고급 잠수정이 발견 당시까지 아무런 엔진고장을 일으키지 않고 정상운행되고 있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 원산항 이남에 있는 기지에서 작전을 개시한 유고급 잠수정이 ‘의도적으로’ 해상군사분계선을 넘어 한국군의 해상경계태세탐지 등 정찰활동을 벌이다 ‘뜻밖에’ 그물에 걸렸을 공산이 제일 크다는 게 현재까지 대다수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정위용기자〉jeviy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