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데 말야, 나 마라도로 옮겼어.”
“못살아∼아.”(첨벙)
한반도 최동단과 남단을 오가며 벌어지는 상황을 그린 한 이동통신회사의 TV광고를 보고 ‘설마’하며 웃고넘긴 사람들은 이번 잠수정사건을 계기로 이 광고가 허구가 아닌 엄연한 사실이라는 것을 인정해야겠다.
22일 오후 4시반경 강원 속초시 동해안 18.5㎞ 해상에서 어망에 걸려 있는 북한 잠수정을 발견해 속초어업무선국에 신고한 꽁치잡이 어선 동일호(4.99t급) 선장 김인룡(金仁龍·38)씨가 사용한 통신장비는 무전기가 아닌 011휴대전화.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휴대전화의 요금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수입이 적고 통신환경이 열악한 어민들 사이에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휴대전화에 특히 매력을 느끼는 계층은 5t급미만의 소형선박을 운영하는 어민들.
무전기 설치의무가 없는 5t미만의 선박의 경우 휴대전화가 보급되기 전에는 사고가 나도 육지와 연락이 닿지 않아 속수무책으로 ‘알아서 해결해야’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대부분 휴대전화를 이용해 수시로 어업무선국이나 해경 출입항관리 통제소에 연락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속초 어업무선국의 이호승씨(54)는 “무전기가 없는 소형선박들은 그동안 안전의 사각지대에서 위험하게 조업을 해 왔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요즘은 대부분 휴대전화를 보유하고 있어 크게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통화가능 지역은 남북으로는 한반도 최남단의 마라도에서 통일전망대까지, 동서로는 독도∼백령도이며 바다는 육지와 달리 산이나 빌딩같은 장애물이 없어 휴대전화가 잘 ‘터지고’ 음질도 육지보다 깨끗하다.
〈나성엽기자〉news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