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鄭회장 귀환]정부선「금강산 관광」어떻게 보나?

  • 입력 1998년 6월 23일 20시 05분


정주영(鄭周永)현대명예회장이 판문점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빠르면 올 가을부터 매일 1천명이 금강산 관광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관광 프로젝트가 아니다. 분단 이후 본격적인 남북간 인적교류로 향후 남북관계는 물론 북한개방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하나의 전기가 된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명예회장은 판문점 귀환 기자회견에서 올 가을부터 금강산 관광을 시작할 수 있도록 북측과 ‘계약’했다고 밝히고 북측의 계약 당사자는 김정일(金正日)총비서를 대신하는 대표자라고 했다.

정명예회장의 이같은 발표는 89년 1월 방북 때 자신이 북한측과 합의한 ‘금강산개발 의향서’보다는 한 단계 진전된 내용이다. 그 때는 이번처럼 ‘계약’이 아니라 사업의지를 밝히는 ‘의향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도 “현대측이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정부가 승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사업계획서의 제출과 승인 여부가 아니라 관광객들의 신변안전보장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남북기본합의서’에도 남북한 주민의 교류협력시 신변안전문제에 관한 원칙적인 천명이 있고 정명예회장도 북한측으로부터 그에 관한 ‘보장성 언급’을 들었겠지만 구체적인 신변안전 협상은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관광객들이 김정일총비서에 관한 욕설을 한다든지 예상할 수 있는 사고는 수없이 많다”며 “그런 사고가 나면 관광객들의 신변안전을 위해 정부가 매우 구체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백두산 관광을 위한 속초∼나진간 카페리운항도 1년 전에 민간 차원에서는 합의됐지만 신변안전문제로 실시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현대가 벌써 외국에 유람선도입을 발주하는 문제까지 거론하고 있지만 정명예회장이 그런 구체적인 문제까지 북한측과 협의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정명예회장이 9월에 다시 방북해 김정일총비서와 만나기로 약속했다지만 어차피 신변보장문제는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물론 궁극적으로 신변보장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남북한이 서로 접촉할 경우 그 자체가 곧 ‘의미있는 교류협력’이 될 수도 있다. 또 신변보장협상이 시작되면 북한지역 관광을 포함한 다른 민간 레벨의 교류도 급속히 활성화 될수 있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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