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정 승조원들이 전원 사망하고 주요 서류와 장비가 파손됐더라도 잠수정이 갖고 있는 정보자료는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군 정보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잠수정의 내부만을 살펴봐도 침투경로와 북한의 작전능력이 평가된다”고 말한다.
96년 강릉 무장간첩사건 당시 군은 무장간첩을 태우고 온 상어급 잠수함의 내부를 살핀 뒤 이 잠수함의 항로를 추정했다. 이 추정은 생포된 이광수씨(32)의 진술과 거의 일치했다.
군은 어떻게 항로를 추정할까. 잠수정 연료탱크의 용량과 연료 잔량, 디젤엔진의 연료소모량, 축전지의 용량을 계산하면 잠수정의 운항거리가 산출된다. 또 잠수정이 전기를 충전하고 필요한 산소를 보충하는 ‘스노켈링’을 하는 간격도 계산된다. 군 전문가들은 이같은 수치로 몇차례 스노켈링을 했고 몇시간 동안 항해했는지를 계산한다.
북한 퇴조항에서 속초까지의 거리가 2백㎞ 안팎이라는 지형적인 요소도 도움이 된다. 여기에 과거 북한군이 즐겨 이용하던 침투경로와 비교하면서 이 잠수정의 이동경로를 추정한다.
이 잠수정은 또 북한의 해군력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 유고급 잠수정의 제원은 제인연감에 나타난 표준 제원뿐이다. 북한은 유고급 잠수정을 여러차례 개량해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잠수정은 내부 장비의 탑재여부와 내부 공간, 승선 인원 등에 따라 항속거리와 공격능력, 잠수심도 등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잠수정이 빈껍데기가 아니라 운항일지 등을 담고 있으면 금상첨화다. 이 운항일지를 바탕으로 북한이 남한의 해저도를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지도 드러난다. 또 북한의 해저도가 들어있을 경우 군은 공짜로 엄청난 정보를 얻게 된다. 하지만 살아있는 승조원 한명이 이같은 모든 정보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 정보관계자들의 공통된 경험이다. 이미 전자정보 수집능력을 갖고 있는 군은 인적정보의 갈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군은 이번 잠수정의 소속은 인민무력부 정찰국 22전대 3편대이며 출항지는 퇴조항이나 미양도항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준우기자〉ha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