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발발 50주년이 되는 2000년 6월 25일에 남북한이 참여하는 국제심포지엄을 갖자는 동아일보의 제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제의가 갖는 역사성에 주목했다.
한국전쟁에 관한 80년대와 90년대의 논쟁은 밖으로부터의 지적(知的) 충격에 기인했다. 80년대를 풍미한 ‘수정주의적 접근’이 바로 그 충격이었고 그 중심에는 미국의 브루스 커밍스가 있었다.
커밍스는 한국전쟁의 원인을 ‘남북한 내부의 모순이 해방 전후사의 공간 속에서 폭발한 것’으로 파악했다. 커밍스의 시각은 ‘김일성의 적화야욕과 소련 팽창주의와의 결합’으로 한국전쟁을 이해해 왔던 기존 학설들을 뒤흔들면서 한국전쟁에 관한 보수와 진보간의 격렬한 논쟁을 낳았다.
이같은 논쟁은 90년대 들어 한국전쟁이 김일성의 남침에 의한 것임을 증명하는 자료들이 속속 공개되면서 사실상 가라앉았다. 연구자들은 이제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제삼의 시각이 필요함을 절감하고 있다.
동아일보의 2000년 심포지엄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한국전쟁 연구를 단순한 개전(開戰) 책임논쟁에 묶어둘 것이 아니라 전쟁을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남북이 평화와 통일에 이를 수 있는 길을 찾아내도록 해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로서 제기됐다. 2000년 심포지엄의 성공을 위한 전문가들의 조언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복룡(申福龍)건국대교수는 “종래의 한국전쟁 연구사는 이념의 선전도구였으며 ‘개전책임’을 묻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다”고 지적하고 “이제는 한국전쟁의 역사화 작업이 필요하며 한국현대사가 한국전쟁을 통해 어떻게 표출됐으며 어떤 유산을 남겼는지를 고뇌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계동(金啓東) 국가정보대학원교수는 “한국전쟁을 청산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것과도 연관이 된다”고 말하고 “50년의 세월이면 한국전쟁은 이제 현실이 아니라 역사이며 용서와 화해를 생각할 만한 기간”이라고 덧붙였다.
박두복(朴斗福)외교안보연구원교수는 한국전쟁에 관한 한 남북간에 견해차가 커 북한이 이 심포지엄에 응할 것인지는 의문이므로 심포지엄의 주제를 한국전쟁의 개전 원인과 전개과정에 국한하지 말고 현재의 휴전체제를 종결하는 문제까지 포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전쟁을 넘어서’라는 주제(가제)아래 진행될 이 심포지엄은 남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6개국 전문가 15∼20명이 분야별로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형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재호·한기흥기자〉leej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