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발발 48주년을 맞은 25일 오전 강원 속초시 청호동 속칭 ‘아바이 마을’. 타향살이 47년째인 이상식(李相植·81)씨는 유람선을 타고 고향인 강원 통천에 있는 누님을만나러 갈 설렘에 소년처럼 들떠있었다.
1·4후퇴 당시 피란왔다가 휴전선이 막히면서 주저앉은 이씨를 비롯한 실향민들에게 지난 사흘은 설렘과 충격이 시시각각 교차했다.
22일 속초에 북한 잠수정이 침범했다는 ‘비보’와 올 가을부터 금강산 관광을 할 수 있다는 ‘희소식’을 동시에 접한 이들은 이번만큼은 기대와 배신의 고리가 끊기길 간절히 기원했다.
50년 고향인 함경남도 이원군에 부모와 처자식을 두고 월남한 현금석(玄金石·73)씨. 25세 청년에서 몸조차 가누기 힘든 백발이 돼버린 현씨는 이날도 마을 앞 방파제에 나가 엉엉 울었다.
“1주일 뒤 다시 만나자”던 부모형제와의 굳은 약속을 반세기 가까운 망향의 한으로 간직한 김태근(金泰根·81·함경남도 신포)씨. 2년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김씨는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
“이젠 꿈에서도 가족들의 얼굴이 희미해. 더 늦기전에 만나야 할텐데….” 이날 오전 이춘섭(李春燮·70)씨는 통일전망대를 찾아가 함경남도 영흥에 두고 온 가족들을 향해 애타는 ‘망향가’를 불렀다.
“꼭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모든 실향민이 같은 믿음으로 반세기를 기다렸어요. 잠수정 한척이 핏줄을 찾기 위한 우리들의 염원과 몸부림을 막을 순 없습니다.”
이씨의 확신에 찬 목소리에 다른 실향민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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