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희귀조인 검은머리갈매기의 번식지를 국내 최초로 발견, 번식 및 생태조사에 성공했다는 발표였다. 그는 사진과 비디오자료도 공개했다.
중국 동북부지역에서만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검은머리갈매기가 국내에서도 부화한다는 내용은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그는 17쪽이나 되는 상세한 보도책자를 준비하고 1시간여동안 기자들의 질문에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저녁에 발행된 다음날짜 조간신문에 이같은 내용이 비중있게 보도된 것은 물론이다.
27일 밤9시경. 환경운동연합이 보낸 팩스가 동아일보사로 날아들었다.
“윤교수의 발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니 보도중지를 요청합니다.”
번식지의 첫 발견자는 4월 중순경 내한한 영국 습지생태전문가 닐 무어와 인천환경운동연합이며 윤교수는 자문교수로 나중에 동행조사했을 뿐이라는 내용이었다. 윤교수가 사람의 발길이나 주변환경에 예민한 검은머리갈매기의 보호를 위해 새끼들이 성장할 때까지 언론에 발표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깨뜨렸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윤교수는 최초 발견자가 영국인 무어라는 사실과 환경단체와의 사전합의 없이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윤교수는 “보도책자 마지막 부분에 ‘재미나는 에피소드’라는 제목으로 무어가 ‘제보자’라는 점을 밝혔다”며 “우리 새의 조사를 외국인에게 맡길 수 없다는 생각과 학자로서의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어 약속을 어겼다”고 군색하게 변명했다.
환경운동연합의 한 관계자는 “윤교수가 공명심에 들떠 학자적 양심을 저버린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착잡해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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