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지자체 출범]주민들『「철새단체장」다시 없기를』

  • 입력 1998년 7월 1일 19시 40분


“진정한 풀뿌리 일꾼으로 봉사하기를….”

전국 2백48개 지방자치단체 민선단체장들이 일제히 취임식을 갖고 업무에 들어감으로써 제2기 민선자치시대가 시작된 1일 새 단체장들의 엄숙한 각오만큼이나 이들에 대한 주민의 기대와 바람 또한 간절했다.

주민들은 한결같이 지난 3년 동안의 민선1기 성과와 시행착오를 교훈으로 삼아 새 일꾼들이 지역살림에 최선을 다해 ‘지역과 주민을 위한 지방자치’가 뿌리내릴 수 있기를 기대했다.

95년 화려하게 출범했던 제1기 민선자치는 기대만큼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선 지역살림꾼이 돼야 할 단체장이 정치권의 풍향에 지나치게 민감했다. 총선이나 대선 때 당적을 바꾼 ‘철새 단체장’이 전체의 32%인 80명이나 되는 등 정치바람에 휩쓸렸다.

특히 단체장 중에서도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서울시장과 경기지사가 대통령선거 출마를 위해 임기중 물러나 ‘시작은 민선, 마무리는 관선’이라는 어색한 모양새를 남겼다.

단체장직을 지역주민에 봉사하는 직책이 아니라 권한을 휘두르는 벼슬자리로 인식하는 경우도 많았다.

임기 내내 각종 선심행정이 난무했고 정실인사 예산낭비 등은 감사때마다 단골로 지적됐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지난 3년간 42명(17%)의 단체장이 이런저런 비리에 얽혀 사법처리되는 얼룩을 남겼다. 각종 이권개입이나 호화사치행태로 말썽을 빚은 지방의원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이번 6·4지방선거에서도 공무원의 줄서기행태가 기승을 부려 새단체장 취임과 함께 논공행상에 따른 정실인사가 잇따를 것이라는 불안한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경제위기 실업문제 등 온 나라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점에서 중책을 맡은 민선2기 ‘일꾼’들이 오로지 경제회생과 주민복지를 위해 헌신해줄 것을 바라는 주민의 마음은 그래서 더욱 간절했다.

경실련 YMCA 등 시민단체들도 이날 성명을 내고 “새 단체장들은 취임사 구절을 한시도 잊지 말고 실업대책 지방행정개혁 등 지역현안에 최선을 다해 민선1기의 전철을 밟지 않기 바란다”며 임기 끝까지 지역일꾼으로 봉사해줄 것을 당부했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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