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서울 강남경찰서에 접수된 한 고소사건을 둘러싸고 ‘016 한국통신 프리텔’과 ‘삼성애니콜PCS’ 연구진에 비상이 걸렸다.
정모씨(27·서울 강남구 논현동)는 최근 자신의 ‘016 삼성애니콜PCS 휴대전화’의 5월치 사용요금이 18만원이 넘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는 곧장 한국통신 프리텔에 항의했으나 계산 착오가 아니었다.
정씨는 통화내용 조회를 통해 범인을 추적, 마침내 서모씨(19·중랑구 면목동)를 붙잡았다.
친한 후배인 서씨가 정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자신의 휴대전화에 몰래 입력해 사용한 것.
공교롭게도 후배 서씨에게 ‘휴대전화료 떠넘기기’를 가르쳐준 사람은 다름아닌 정씨였다. 정씨가 어느 AS센터 직원으로부터 배운 수법은 간단했다.
단말기의 버튼 가운데 11개를 차례대로 누른뒤 도용하려는 상대방 휴대전화의 기계 주파수를 입력하는 것.
서씨는 경찰에서 “상대방 휴대전화의 기계 주파수를 모르면 쓸모가 없다”면서 “걸 수는 있지만 받을 수는 없다”고 진술했다.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달 26일 한국통신 프리텔측과 삼성애니콜 PCS측에 기술자문을 구했다.‘휴대전화 도용은 불가능하다’던 양 회사의 기술진은 경찰서에서 벌어진 실험을 본뒤 “이런 방식은 처음본다”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나 삼성애니콜 PCS 관계자는 “삼성제품만이 아니라 타회사 제품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고 한국통신 프리텔 관계자는 “연구한 뒤에야 확실한 결과를 알 수 있겠다”고 밝힐뿐 ‘왜’ ‘어떻게’그런 현상이 나타나는지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