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과장인 S씨(38)는 식품대리점을 하는 동생의 보증을 서줬다가 동생이 부도를 내는 바람에 살고 있는 아파트는 물론 월급까지 차압당한 상태.
더이상 압류당할 재산도 없이 9천만원의 빚만 떠 안은 그는 개인파산을 신청할까 생각했지만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장래에 걸림돌이 될까 망설이고 있다.
대기업 C사 영업부는 전부서원 15명이 한 동료직원의 보증을 서줬다가 한꺼번에 빚을 떠안은 경우. 호경기때 아무 부담없이 1인당 5백만∼1천만원씩 보증을 서줬다가 동료직원이 갑자기 퇴사한 후 연락을 끊는 바람에 한 부서 전체가 빚쟁이가 됐다.
최근 이같은 사례가 급증하자 각 기업에는 은행과 카드사 등의 채권압류요청이 줄을 이어 경리업무가 마비될 지경.
A중공업의 경우 IMF이전만 해도 월급 압류요청이 한달에 1백여건도 안됐으나 요즘에는 3배가 넘는 3백여건으로 늘었다. 1억원이상 압류된 사례만 해도 10여건이나 된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아예 대출이나 빚보증에 필요한 재직증명서 발급시 부서장과 배우자의 동의, 인감증명을 요구하는 등 사원들의 무분별한 대출이나 빚보증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B자동차회사는 아예 채권압류 사원은 정리해고 1순위라고 경고해뒀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도 별 소용이 없다. IMF한파이후 신용불량거래자가 하루 3백명씩 늘어나 전체 불량자가 2백30만여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전체 신용거래자의 10%를 훨씬 넘는 수치.
기업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최근의 직장인들의 신용불안은 근로의욕 상실과 직장분위기 악화로 이어져 고용불안만큼이나 무서운 문제로 등장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