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이중희/의료인윤리 다시 정립해야

  • 입력 1998년 7월 9일 19시 34분


회복 가능한 환자의 치료를 중단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의사와 환자의 처에게 유죄(살인죄)가 선고되자 논란이 일고 있다. 의료계 일부에서는 이 사건을 빌미로 명백하게 사망이 임박한 환자의 보호자에게까지 “환자는 죽어야 퇴원할 수 있다”며 퇴원을 거부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한 검사로서 사건의 특수성을 명백히 밝히려 한다.

이 사건의 환자는 지난해말 머리를 땅에 부딪혀 경막외출혈상을 입고 병원에서 혈종제거수술을 받았다. 관련자들의 진술과 진료기록 등에 따르면 환자는 수술후 의식을 곧 회복했으며 퇴원 직전 환자의 상태는 4, 5점(정상인이 6점, 최하는 1점)정도였다. 1주일후면 통원치료도 가능했다고 한다.

그러나 수술에 따른 뇌부종때문에 일시적으로 자기호흡을 할 수 없어 며칠동안은 인공호흡기의 도움이 필수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사들은 이 사실을 명백히 알고 있었음에도 환자가 17년동안 가정을 돌보지 않은데 불만을 품은 그의 처가 추가치료비 부담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퇴원을 희망하자 환자를 퇴원시켰다. 더구나 동행한 인턴으로 하여금 수동공기주입기까지 직접 떼어내게 해 호흡정지로 즉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 이것이 살인행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제 더이상 판결의 정당성에 대해 논쟁하기보다는 의료인의 윤리를 재정립하고 치료비 부담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사회보장제도를 마련하는데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중희<서울지검 남부지청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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