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식(金光植)서울경찰청장과 일선파출소 직원을 포함, 2백여명의 경찰관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국민의례에 이어 짧은 훈시를 마친 김청장은 “공식절차는 끝났다. 만난 김에 이야기나 좀 하자”며 웃음 띤 얼굴로 허심탄회한 대화를 주문했다.
경찰관들은 과중한 업무부담을 덜기 위한 ‘파출소 인력충원요청’과 지나친 감찰활동으로 사기가 떨어지는 문제에 대해 비교적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나 10여건의 건의에 대해 일일이 ‘좋은 의견’이라고 고개를 끄덕여가며 메모하던 모습과 달리 김청장의 답변은 질책에 가까웠다.
인력충원에 대해 ‘국민의 세금부담’을 들어 난색을 표한 김청장은 “국가적 위기속에 구조조정 바람에 휩싸이지 않는 것을 행복하게 생각하라”고 말했다.
지나친 감찰활동으로 사기가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나만 깨끗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본격적인 ‘꾸지람’이 시작됐다.
“내가 청장에 부임한 직후 강남서에서 불미스런 사건이 생겨 여기저기 불려가 기합을 받았다. 이렇게 창피를 당하고 어떻게 경찰조직의 권위가 서겠는가.”
‘불미스러운 사건’은 5월 강남서 경찰관들이 구청직원과 함께 유흥업소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수수한 사실이 밝혀져 서장 등이 대거 문책된 일.
김청장의 훈시는 부하들에 대한 ‘경찰사령탑’의 ‘뼈아픈 자성 촉구’로 끝났다.
“경찰에게 돈 주는 사람이 단지 무병장수하라고 줄 리 없고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이어서 언젠가는 밝혀지게 돼있습니다. 경찰의 명예를 실추시킨 강남서는 결자해지의 각오로 대오각성하고 신뢰받는 경찰이 되도록 노력해 주십시오.”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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