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총리실 감사원 안기부 검찰 경찰 등 사정기관이 총동원돼 벌이는 비리수사와 공직기강 특감의 여파로 공직자들이 잔뜩 위축돼 있다.
공직자들은 정부의 구조조정과 맞물려 진행되는 이번 암행감찰에서 사소한 비위라도 적발되면 ‘퇴출 대상’으로 찍히기 때문에 몸을 잔뜩 사리는 분위기다.
안기부 경찰 등에서 고위공직자들의 비리정보를 이미 스크린해 청와대에 넘겼다는 소문이 관가에 파다한 상태다. 최근 입수된 공직자 비리정보가 청와대를 통해 검찰로 속속 넘어가고 있다는 말에 일부 공직자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세종로와 과천 청사 주변의 술집 음식점 사우나 등은 IMF한파에 이어 사정한파로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잔무를 처리하느라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근무시간중 짬이 나면 청사부근 사우나에서 휴식을 취하는 경우가 곧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암행단속반이 공무원들의 일과중 사우나 출입여부를 체크한다는 말이 퍼지면서 아예 발길을 끊었다.
재경부의 한 서기관은 “요즘 술약속은 물론이고 밥약속도 가급적 하지 않고 친구들과 만나 밥을 먹더라도 계산은 내가 한다”고 말했다.
룸살롱 골프장 출입도 주요 감찰대상이어서 공직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한 국무위원은 “요즘 가급적 술자리는 피하고 있는데 며칠전 불가피한 약속 때문에 2차를 갔지만 영 마음이 편하지 않아 몇잔 마신 뒤 몸이 좋지 않다고 양해를 구한 뒤 자리를 떴다”고 말했다.
또 각 부처에서 실시하는 내부감찰과 함께 행자부감사관실에서 산업자원부를 감찰하는 식의 ‘교차 감찰’도 진행되고 있다. 이때문에 관가에서는 93년 김영삼(金泳三)정부 출범직후의 사정때보다 훨씬 강도높고 입체적인 사정과 감찰분위기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특히 총리실 감사원 등은 이번 기회에 공직자들의 복지부동 무사안일 불평불만 냉소주의도 뿌리뽑겠다는 입장을 밝혀 일부 공직자들은 불평불만이 있어도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일부 공무원들은 여전히 ‘소나기올 때 피하자’는 식의 냉소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새로운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통치권 강화차원에서 단행되는 일과성 조치일 뿐이므로 잠시 기다리면 된다는 반응이다.
총리실의 박기종(朴琦鍾)조사심의관은 “비리공무원이나 일하지 않는 사람을 도려내 공직사회를 일하는 분위기로 만들기 위한 것인데 부작용도 다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영훈기자〉c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