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換亂」첫공판 표정]『YS 복잡한 보고 싫어해』

  • 입력 1998년 7월 11일 07시 32분


강경식(姜慶植)전경제부총리와 김인호(金仁浩)전청와대경제수석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10일 오후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은 예상대로 ‘경제청문회장’을 방불케 했다.

○…검찰은 재판 서두에 “피고인들에 대한 가택수색이나 계좌추적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이는 외환위기 진상규명이라는 이번 수사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

변호인단은 모두진술에서 “검찰이 오랫동안 피고인들의 부정행위 유무를 조사했지만 아무 것도 찾아내지 못한 것은 오랜 공직생활 동안 청렴결백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

검찰은 이에 대해 “피고인들의 부정행위를 찾지 못한 것이 아니라 조사 자체를 하지 않았다”며 “이는 표적수사라는 구실을 제공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

○…강피고인의 범죄 동기를 묻는 검찰의 신문에서는 강피고인의 삼성그룹 자동차사업 진출개입 의혹과 대권플랜을 둘러싸고 양측이 치열한 공방.

검찰은 “강피고인은 자신의 지역구 기반 강화 등 정치적 입지를 위해 삼성의 자동차사업 진출과 부산공장 유치를 적극 지원했다”고 공격.

검찰은 또 “강피고인은 95년 당시 ‘한국민주연합’이라는 정당을 창당하고 6·27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에 도전하고 97년에 대권에 도전할 계획을 세우지 않았느냐”며 맹공.

변호인단은 이에 대해 “공소사실과 무관한 내용”이라며 이의를 제기했고 강피고인은 “계획은 얼마든지 세울 수 있는 것 아니냐.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이 실린 비망록을 근거로 신문해도 되느냐”며 반박.

○…김인호피고인은 능숙한 언변으로 검찰의 예봉을 잘 피해가다 지난해 10월 말 한국은행이 작성한 ‘최근의 외환사정과 대응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올해 1,2월경에야 제대로 읽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위기에 봉착.

검찰은 “지난해 10월28일의 긴급대책회의는 한국은행 보고서를 토대로 진행된 것”이라며 “경제수석이 보고서도 읽지 않은 채 그 중요한 회의에 참석한 것 자체가 직무유기 아니냐”고 추궁.

○…김피고인은 한편 “최측근 참모인 경제수석의 잘못된 보고가 외환위기에 대한 대통령의 무반응 무대책을 야기했다”는 검찰의 비판에 대해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복잡한 보고를 싫어 했을 뿐 나는 제대로 보고했다”고 주장.

김피고인은 “‘외환시장 마비’같은 중요한 보고를 왜 서면으로 하지 않았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김대통령은 어렵고 복잡한 서면보고를 원치 않았다”며 “1,2분만 지나도 시계를 볼 정도였다”고 변명.

○…이날 재판을 진행한 이호원(李鎬元)부장판사는 이번 재판의 역사적 중요성을 인식해서인지 피고인들에게 여러차례 진지한 자세를 주문.

이부장판사는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피고인들이 건강상의 이유로 마실 물을 요구하자 이례적으로 물을 제공했으나 김피고인이 자꾸 물을 마시며 흐트러진 자세를 보이자 즉시 물컵을 치우도록 명령.

〈이호갑·부형권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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